가계부채 뇌관 터지나… 전문가 진단

입력 2016-11-21 09:29 수정 2016-11-2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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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가계부채가 새삼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이투데이는 21일 전문가 4명과 가계부채의 문제와 해법을 짚어봤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실장은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적 상황,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국제적 환경 변화 등과 별개로 가계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분양된 집들이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는 증가하는데 특히 올해는 분양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저축한 돈으로 집을 사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하는 것으로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임 실장은 “금융시장이 발전하면 가계부채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을 ‘위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수치가 아닌 질을 따져봐야 한다”며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이 돈을 빌리는지, 집을 정말로 사려는 사람이 대출하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깐깐하게 대출할 것을 은행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 실장은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은행을 너무 강하게 압박하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초저금리 환경 지속으로 가계부채의 부실 문제가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부채 급증 및 정부의 원리금 분할상환 유도 정책으로 원금 상환 부담이 확대되고 금리 리스크에 대한 노출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경기 회복세 부진으로 가계부문의 처분가능 소득 증가세는 둔화된 반면, 부채 급증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금융부채 비율은 기존 가계부실 경험 국가들의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순수 가계부채를 대상으로 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45.6%이나 개인사업자와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광의의 가계부채’인 개인금융부채의 가처분소득 대비 비율은 171.7%를 기록하고 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금융부채 비율은 2012년 159.4%, 2013년 160.2%, 2014년 162.9%, 지난해 169.9%로 해마다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71.7%까지 높아진 상태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과 이자상환비율이 각각 85%, 2.5%를 상회할 경우 가계소비 및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한국 가계부채는 이 비율들을 웃돌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중과 원리금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며 “금리 인하로 인한 이자비용 감소 효과가 존재하나 원금 증가에 따른 상환 부담과 금리 리스크 노출 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비은행권 대출이 빠르게 증가해 한계가구가 늘어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당국의 금융부채 관리에 비은행권 가계부채가 증가해 한계가구가 늘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외부 충격이 왔을 때 자산 시장이 크게 떨어지거나, 경기 불안에 실업이 증가할 경우 한계 가구의 가계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부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의 분할상환과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는 정책은 질적 구조 개선과 일종의 완충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당국의 가계부채 증가 억제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경기가 좋아져서 가계소득을 늘려 부채 상환 능력을 키우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최근 정책금리가 동결돼 있지만 시중금리가 올라가는 현상으로 가계나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외부적인 요인으로 시중금리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시장안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생계형 대출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통화당국에서는 계속 가계부채 총량을 강조하는데, 그것보다 생계 형태의 경기침체와 관련된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주택 구입에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택담보대출의 많은 부분이 생계 또는 생활 형태의 자금으로 판단된다”며 “주담대는 비교적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이 대출 형태로 사람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2금융권 대출금리가 10%에 육박하는 경우가 많아 10% 가까운 이자를 내면서 생계를 유지하거나 사업을 하는 대출자들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통화당국에서는 기준금리가 낮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낮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현실적으로 신용위험이 번져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 방식으로 대출규제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금리가 낮아져서 대출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경기가 나빠지고 소득이 위축되면서 대출이 증가한 것”이라며 “2008~2009년 ‘저축은행 사태’ 때와 같은 뱅크 런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실물경제는 그때 이상으로 나빠져 있어 내년 한국 경제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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