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의 휘뚜루마뚜루] 대통령 탄핵, 그 이후도 준비해야

입력 2016-11-22 10:47 수정 2016-11-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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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다. 좋든, 싫든 검찰이 정치권의 탄핵 추진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의원총회를 열어 탄핵소추를 추진하고 탄핵 추진을 위한 실무기구를 두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민의당도 탄핵 당론을 정했다. 이에 화답하듯 새누리당 비박계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했다.

야당과 무소속 의원을 합치면 국회 의석은 탄핵안 가결정족수(200석)에 못 미치는 171석이다. 그러나 비박계에서 29명만 찬성하면 탄핵안을 가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탄핵에 주저하던 야당이 탄핵 당론을 정한 건 비박계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과 비박계는 탄핵안 가결에 다소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손 놓고 당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현재 중립 성향 의원들과 비박계 의원들을 물밑에서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 상정을 대비해 표 단속에 나선 것이다.

헌정 사상 대통령 탄핵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불안하다. 2004년 3월에 있었던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이런 탓에 탄핵은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그 후폭풍은 정치권이 뒤집어쓸 공산이 크다. 국회 책임론이 나오는 순간 국정농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조사와 진상규명은 물 건너간다. 국민의 기대를 정치권이 무너뜨릴 수도 있단 얘기다.

탄핵이 성공하더라도 탄핵 이후 정국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나라는 또다시 혼돈 속에 빠질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선 앞다퉈 탄핵을 얘기하고 있지만, 정작 향후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는 게 없다. 탄핵 이후 국정을 누가 운영하고,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황교안 총리까지 탄핵해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자는 주장, 김병준 카드를 받자는 주장, 국회 추천총리 주장 등 산발적으로 나올 뿐이다.

야권의 행동을 보면 모든 책임을 박 대통령과 정부에 전가하려는 태도마저 드러내고 있다. 일은 저질러 놓고 책임은 아무도 지려 하지 않는 것은 정치인들의 못된 습관이다. 이런 식이면 오히려 탄핵을 안 한 것만 못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등 차기 대선주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탄핵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그런데 누구 한 명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 없다.

이제라도 앞으로 벌어질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탄핵정국을 대비해야 한다. 특히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대선주자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 결과물을 갖고 내년 12월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그것이 정치인으로서, 또 대선후보로서 책임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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