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PP 탈퇴 공식화] 외교무대서 헛발질한 일본…새 무역협상 주도권 노리는 중국

입력 2016-11-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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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공식화 선언으로 막판 ‘TPP 살리기’에 나섰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노력이 헛수고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가 헛발질하는 사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국 중심의 새 무역지도 짜기에 돌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1일(현지시간) 동영상 연설을 통해 취임 첫날인 내년 1월20일 TPP 참가국들에 미국의 탈퇴를 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TPP를 주도했던 아베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트럼프 당선으로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 됐다.

미국 대선 직후 아베 총리는 TPP가 존폐기로에 서게 되자 TPP 사수를 위해 전방위적 외교전을 펼쳐왔다. 그는 미국 대선 이후 해외 정상 중 가장 민첩하게 트럼프 ‘심기 살피기’에 나섰다. 지난 9일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자 곧바로 축사를 발표하고 전화를 걸어 회담까지 성사시켰다. 17일에는 미국 뉴욕까지 직접 날아가 트럼프를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며 트럼프 정권과의 우애 쌓기에 나섰다. 회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TPP에서 아예 발을 빼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적극적으로 TPP 살리기에 나섰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9일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페루 리마에 도착해 회의 참석과 양자 정상회담 등 하루 5~6건의 일정을 소화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19일에는 TPP 참가 11개국이 따로 모여 “이대로 가면 TPP가 완전히 죽어버린다”면서 “각국이 국내 비준 전차를 단호하게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미국을 뺀 TPP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트럼프의 TPP 탈퇴 공식화 선언을 하기 직전 아베 총리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없는 TPP’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TPP는 미국이 없으면 무의미하고 근본적인 이익 균형이 깨져버린다”고 말했다.

아베에게 TPP는 포기할 수 없는 선택지다. TPP를 성장 전략의 축으로 삼아온 아베 총리로선 자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가속화하고, TPP에 맞서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해온 중국에 아시아·태평양 무역 주도권을 빼앗겨선 안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 여파에 TPP가 삐걱거리는 틈을 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자국이 주도하는 RCEP와 초기 단계의 자유무역체제인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할 것이라는 각국의 공포를 이용해 중국이 자국을 중심으로 한 새 무역질서 짜기에 나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은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내년 초에 대통령에 취임하는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하고 이 자리에서 트럼프가 TPP 탈퇴 방침을 바꾸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 내부에서는 그때까지 아베 총리가 다른 TPP 참가국의 동요를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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