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세 속수무책...아시아 중앙은행들, 금융정책 절벽 직면

입력 2016-11-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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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후 계속되는 글로벌 시장 변동성에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의 대응 카드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 금융당국은 자금이 달러에 몰리면서 자국 통화의 대폭적인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세계적인 채권 매도를 배경으로 일본에서는 채권 금리를 억제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들은 임시방편일 뿐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시장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루피아 약세를 저지하고자 달러를 팔고 자국 통화를 사들이는 식으로 직접 개입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급락하는 링깃 환율을 지탱하기 위해 해외 선물시장을 규제하는 이례적인 대응에 나섰다. 일본은행 역시 비전통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지난 17일 일본은행은 고정금리로 2년물과 5년물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특단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중앙은행이 시장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악시트레이더의 그렉 맥케나 수석 시장전략가는 “자금이 달러로 유입되는 가운데, 개별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와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은 트럼프 차기 정부가 재정 지출 확대와 감세를 실시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속화시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하여금 조기에 금리 인상을 촉구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링깃은 달러에 대해 11월 8일 미국 대선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17일 링깃이 달러 대비 4% 가량 하락함에 따라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은행 측은 일부 언론과의 비공식 회의에서 “일반적으로 시장 개입 형태를 취한다. 시장 개입은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며, 지금 그것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또 다른 움직임으로도 주목받았다. 외국 은행들에 역외선물환(Non-Deliverable Forward·NDF) 시장에서 링깃 거래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외국 은행들의 선물환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투기 움직임이 잦아들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지금까지 6개 은행이 NDF 거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싱가포르중앙은행인 통화감독청(MAS)은 극단적인 변동성을 억제하고자 시장에 구두 개입을 실시했다. 이러한 조치에 힘입어 아시아 통화는 11월 11일 기록한 최저치에서 반등했지만 하방 압력은 계속되고 있다.

WSJ는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규제가 심한 자국 시장에서 독자적인 외환관리 메커니즘을 살려 시장 개입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기준환율을 18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절하했는데, 이것이 둔화하는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실제 위안화 거래에 대해선 지난 1주일간 엄격한 관리를 계속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패닉으로 이어질만큼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대형 국유은행이 중앙은행을 대신해 투기 움직임을 막고 있다고 한다.

18일 중국 시장에서는 위안화가 달러당 6.8912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로는 2008년 6월 17일 이후 최저치다. 인민은행은 22일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3% 올려 달러당 6.877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13거래일 만에 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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