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고심한 ELS 개선안… ‘핵심’은 빠졌다

입력 2016-11-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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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주가연계증권(ELS) 대란’ 1년 만에 내놓은 개선책에서 헤지 자산에 대한 자기신탁 도입을 결국 보류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ELS 자산을 특별계정으로 분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업계 반발에 한발 물러난 것이다. 증권사들이 ELS 운용 자금을 고유재산에서 구분해 관리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이미 예전부터 시행되던 지침으로 실효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위원회는 ELS 구분 관리와 스트레스 테스트 제도화 등의 내용을 담은 ‘파생상품시장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과 올 초 홍콩항셍지수(HSCEI)가 급락하자 해당 지수를 기초로 한 ELS에서 대량 원금손실 위기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증권사 여러 곳이 ELS 자체 헤지에 실패했고 지난해 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ELS를 통해 조달한 자산이나 부채가 증권사 내 여러 계정에 흩어져 손익과 리스크를 정확히 가려내지 못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봤다. 실제 H지수 급락 후 ELS가 원금손실(Knock-in·녹인) 구간에 들어서는 상황에서도 증권사는 물론이고 금융당국조차 정확한 손실 규모를 계산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고유계정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ELS 발행대금을 자기신탁 항목이라는 특정 신탁계정으로 모으는 방안은 보류했다. ELS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업계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ELS 자기신탁 계정을 도입하면 레버리지, 장외파생상품 거래 등 ELS 헤지 운용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거래가 어려워진다고 항의해 왔다.

그러나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기초지수 급락 시 벌어진 손실 사태를 보면 증권사들이 자유롭게 ELS 운용을 한다고 해서 수익률이 크게 오르거나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증명을 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동어반복’ 수준의 대책만 고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ELS 자산 구분 관리를 위한 투자자산 요건 등 기준과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증권사에 매월 ELS 운용 현황 정기 보고를 요구할 계획이다. 증권사의 유동성과 건전성 현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ELS·파생결합증권(DLS) 발행과 헤지 운용 리스크를 살피는 스트레스 테스트도 제도화한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난해 8월 정기적으로 ELS 건전성 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이어서 이를 ‘명문화’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굳이 자기신탁 방식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구분관리를 강화하면 그만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우선 구분관리를 엄격히 실시하도록 하고 자기신탁 도입 가능성도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앞으로는 ELS 광고가 사실상의 투자권유로 기능하지 않도록 규제가 엄격해진다. ELS 마케팅을 할 때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에는 상품의 수익률, 만기, 조기상환조건 등 핵심 정보를 담을 수 없도록 금지한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을 개정해 원금보장형 상품 표기도 제한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상품 판매 후에도 기초자산 가격, 중도상환 가격 등 주요 정보를 투자자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저위험 투자성향 등 부적합 투자자에 대해서는 판매 과정 녹취가 의무화된다. 부적합 투자자나 고령자 등에게는 청약 후 일정 기간 내 상품 가입을 철회할 수 있는 숙려 기간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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