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팔자’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나서는 분위기다. 글로벌 유동성 충격을 고스란히 겪고 있는 증시가 연기금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10월 이후 8주 중 6주일 동안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조6500억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기금은 최근 5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추세적으로 연기금은 연말 순매수 강도가 강했다. 2000년 이후 매년 11월과 12월 연기금의 누적 순매수를 살펴보면 금융위기 충격이 있었던 2009년을 제외하고 항상 이 기간 동안 순매수를 기록했다.
올해 연기금의 월 평균 순매수 규모는 2500억 원에 불과하다. 2010년 이후 평균 637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9% 수준이다. 이는 연말까지 대기 매수 물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기금 순매수는 코스피 지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연기금 중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은 연말까지 1조 원의 자금 집행을 결정했다. 특히 시가총액 1000억 원 이상, 매출 300억 원 이상, 일평균 거래대금 5억 원 이상의 투자 지침을 폐지해 연기금의 중소형주 순매수 기대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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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외에 우정사업본부와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연기금의 추가 매수 가능 금액은 약 7조3000억 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민 혈세를 동원한 국가기관의 지수 방어가 외국인의 배만 불리고 개인투자자들을 멍들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락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방어만 나서면 외국인은 계속 비싼 가격으로 팔아 치우고 개미는 낭패를 보는 일이 되풀이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