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억울한' 비아그라, 고산병 허가 없지만 사용가능한 이유

입력 2016-11-23 17:42 수정 2016-11-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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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증 허가받지 않았지만 오프라벨로 사용 가능성..발기부전약, '혈관 확장' 기능으로 사용범위 확대 추세

청와대에서 고산병 치료 목적으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구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정작 비아그라는 고산병치료제로 허가받은 적이 없어 청와대의 거짓해명 의혹도 제기된다. 하지만 의료진이 ‘허가범위 초과사용(오프라벨)’으로 비아그라를 고산병 치료 용도로 처방했다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지나친 억측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청와대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와 ‘팔팔’을 구매한 배경에 대해 “아프리카 순방시 수행 직원들의 고산병 치료를 위해 준비했는데 한 번도 안 썼다”고 해명했다. 팔팔은 비아그라와 같은 성분(실데나필)으로 만든 복제약이다. 한미약품이 개발 생산 중이며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화이자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화이자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여기서 가장 큰 의문은 비아그라를 고산병치료 목적으로 사용해도 되는지 여부다. 답은 원칙적으로는 안되지만 의료진의 판단하에 쓸 수는 있다는 것이다.

실데나필은 국내에서 발기부전치료제와 폐동맥치료제 2가지 용도로만 허가받았다. 보건당국이 인정한 효능 중 고산병은 없다는 의미다.

지난 2004년 화이자가 ‘비아그라’라는 상품명으로 국내에 가장 먼저 들여온 제품이 발기부전치료 용도다. 비아그라는 50mg, 100mg 두 가지 용량이 있는데 화이자는 지난 2007년 실데나필 20mg 용량을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레바티오’라는 상품명으로 허가받았다.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의 압력이 상승해 호흡곤란과 어지러움, 피로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며 국내에는 약 5000여명의 환자가 있다.

▲한미약품이 폐동맥치료제로 허가받은 실데나필 성분 '파텐션'
▲한미약품이 폐동맥치료제로 허가받은 실데나필 성분 '파텐션'
지난 2012년 비아그라의 특허만료 이후 국내제약사들이 비아그라 복제약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이때 한미약품, 대웅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등 3개 업체는 실데나필 성분을 20mg 함유한 폐동맥고혈압치료제도 별도로 허가받았다.

화이자가 레바티오를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아 실데나필 성분의 폐동맥고혈압치료제는 국내업체가 내놓은 3개 제품 뿐이다. 용량만 다를 뿐 똑같은 성분으로 구성된 제품이지만 이들 3개 제품은 폐동맥고혈압치료 용도로는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국내에서 고산병 치료 용도로 허가받은 실데나필 성분은 없다. 해외에서 실데나필 성분 고산병치료제가 허가받는 제품이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게 화이자 측 설명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네바티오’라는 실데나필 성분의 약물이 해외에서 고산병치료제로 허가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는데, 이는 화이자의 폐동맥고혈압치료제 ‘레바티오’를 잘못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는 레바티오를 국내에 출시한 적도 없고 허가도 취하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비아그라를 고산병치료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데도 구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의료진의 처방을 통해 구매했다면 문제는 없다.

의료 현장에서는 의약품의 허가받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는 `허가범위 초과사용(오프라벨)`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예를 들어 진통제로 사용되는 ‘타이레놀’이 각종 연구를 통해 고혈압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의사의 판단하에 고혈압치료 용도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비아그라나 팔팔이 고산병 치료 적응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의료진이 고산병에 사용해도 좋다고 판단하고 ‘오프라벨’ 처방을 했다면 문제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사실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등산객 사이에서도 저용량을 복용하면 고산병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종종 사용돼왔다. 고산병은 산소가 부족한 고지대에서 나타나는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을 말한다.

발기부전치료제의 ‘혈관 확장’ 효과로 고산병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학계에서도 찬반이 엇갈리지만 실데나필의 고산병 효과 가능성을 인정한 연구도 있다. 물론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된 단계는 아니다. 시알리스, 레비트라, 자이데나, 제피드, 엠빅스 등 국내 허가받은 발기부전치료제는 ‘PDE-5’라는 남성의 음경 발기에 관여하는 효소를 억제해 음경의 혈류량 증가를 유도하면서 발기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발기부전치료제는 ‘혈관 확장’ 기능을 활용해 다양한 영역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릴리의 ‘시알리스’는 발기부전치료제 중 유일하게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적응증도 인정받았다.

동아에스티는 자사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의 치매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개선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돌입하기도 했다. 자이데나는 전립선비대증과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간세포가 손상을 받아 죽고 다시 재생되는 과정에서 문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간문맥압 항진증의 효능을 파악하는 임상시험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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