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원의 세상풍경] 소설가가 생각하는 소설쓰기

입력 2016-11-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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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철입니다. 한국 문단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소설가와 시인을 찾는다는 신춘문예 공고가 신문마다 이미 났습니다. 이르면 12월 초에, 늦으면 12월 중순에 마감합니다. 여기에 당선되는 것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입니다. 아무리 응모자가 많아도 신문마다 소설가 한 명, 시인 한 명만을 탄생시킵니다.

시부문은 시인과 평론가가 대개 심사를 하고, 소설은 소설가와 평론가가 함께 심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시인과 소설가를 새로 등단시키는 사람들은 그간 많은 활동을 한 권위 있는 시인과 소설가와 평론가입니다.

그런데 시부문과 달리 소설의 경우는 문학인이 아닌 사람들이 오히려 소설가를 세상에 내보내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도 검찰이 발표한 대통령 피의 관련 부분에 대해 대통령의 변호사가 “그건 소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명의 문학지망생이 정식으로 소설가라는 이름을 얻기가 얼마나 힘든데, 또 한 편의 소설을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검찰 주변에서 무슨 새로운 피의 사실이 발표되거나, 신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모두들 “그것은 소설”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사람들과 제가 법리적으로 싸울 일은 없고, 오늘은 그냥 좀 편하게 소설에 대한, 소설가로서의 나의 생각을 말하겠습니다.

나는 이제까지 어떤 형태로든 소설을 써온 작가입니다. 소설가도 아니면서 함부로 소설을 운운하는 사람들은 참과 거짓을 가려, 또 사실과 허구를 가려 ‘소설이다’ ‘소설이 아니다’를 구분하는데 소설가인 나는 오히려 그런 것에 대한 철저한 구분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냥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곧 소설 아니냐고 여길 때가 많고, 내가 쓰는 소설에서 이야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야기만 된다면 그것은 곧 소설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소설을 쓰기 전에도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이 제대로 이야기가 되는지 안 되는지를 무척 따져봅니다. 그렇게 쓴 제 소설에 대해서는, 또 대한민국 소설가들이 쓰는 소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그것이 소설이다, 아니다를 말하지 않으면서 저희들끼리 자기들에게 불리한 기사나 검찰 발표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소설을 쓴다”고 말합니다.

한 사람의 소설가를 세상에 내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또 문학적으로 권위 있는 일인데 문학의 문외한인 사람들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자기가 불리한 일을 당하면 그것이 소설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소설가로서 오히려 그런 말들이 참으로 거짓 같고, 또 변명으로도 옹색하며, 때로는 그가 변호사로 법률을 다루는 사람이든 뭘 하는 사람이든 그것을 소설에 비유하는 자체가 참으로 경박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 사람들이 말하는 소설 속에는 과연 세상 사람들의 삶이 들어 있기나 하는지요? 세상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는지요? 예나 지금이나 소설가로 내가 중시하는 것은 내 글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한 세상을 살아가며 엮어내는 ‘삶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소설이다, 아니다를 말하는 것 안에 과연 우리의 삶이 들어 있는지요? 묻고 싶습니다.

아무리 막 나가는 정치소설이라 하더라도 지금 같은 소설은 재미가 없습니다. 어느 소설가가 소설 속에 이런 얘기를 지어냈다고 하면 상상력이 그것밖에 안 되냐고,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느냐고 혹평을 들을 것입니다.

소설가로서 나는 어떤 소설이든 그 소설 속에 우리 시대의 삶을 그려내는 제대로 된 이야기가 없으면, 있다 하더라도 판박이처럼, 혹은 끝없는 거짓말의 자기 복제 현상처럼 똑같은 패턴으로 계속되는 추문에 관계된 이야기라면, 그것이 암만 소설 같은 일이라 하더라도 소설 속에 포함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면 국민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거나 거짓말을 할 게 아니라 정말 조리 있게 소설 한 편을 쓰시든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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