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간절한 바람, 가고 싶은 코스닥

입력 2016-11-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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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코스피 우량주에 투자해!”

“코스닥은 위험해!”

주식투자 전략에 대해 많은 이들이 무심코 흘리는 내용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탄탄하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 투자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은 ‘투기적 시장(25%)’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물론 ‘첨단 기술주 시장(31%)’이란 긍정적 답변도 있었지만, ‘안전형’ 투자보다는 ‘공격형’ 투자에 대한 이미지가 강했다.

코스닥 시장이 지난 20년간 든든한 신뢰감을 형성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외형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성장을 했다는 점은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질적인 성장에 대한 갈증과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에 대한 불안 요인으로 △개인 투자자 중심 시장 △코스피 쏠림 현상 △비현실적 상장 기준 등을 꼽는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 시장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에 의해 움직이는데,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6년간 코스닥 시장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90.1%에 달했다.

시장을 대표하는 우량주가 부족한 점 역시 코스닥 시장의 한계다. 최근 3년간 코스닥 시가총액 10위 안에 꾸준히 든 기업은 카카오, 셀트리온 등 5개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나스닥 시장의 경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인텔, 아마존 등 글로벌 최고의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시가총액 기준 상위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스닥 시장이 코스닥 시장과 달리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45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구조적인 부분도 한몫한다. 나스닥 시장은 회사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아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코스닥 시장은 여전히 재무제표상 매출, 이익 등이 상장심사 기준이다. 그러다 보니 갓 태어난 스타트업 등은 엄두도 못 내는 시장이다.

게다가 하이테크기업들의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IT 기업이라면 의례히 나스닥 시장에 입성하는 경향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최고의 회사들이 나스닥 시장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장 유지비 등 혜택이 주어지면서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으로 이전한 사례도 많다. 우리나라도 코스피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아직까지는 ‘코스피 시장은 프리미어리그, 코스닥 시장은 챔피언십리그’라는 선입견이 강하게 형성돼 있는 탓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근 600선마저 붕괴돼 버린 코스닥 시장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딱 한 가지다. 코스닥 시장이 주저하는 시장이 아닌, 가고 싶은 시장으로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코스닥 상장 시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등 강한 유인책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그래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우량주가 코스닥 시장을 ‘당연히’ 선택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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