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제기된 중국발 ‘사드 리스크’가 장기화함에 따라 엔터 상장사들의 돌파구 마련이 본격화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촉발된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움직임에 엔터 상장사들이 제3 시장으로 아세안(ASEAN)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시장이 캐시카우(Cash Cow)로 존재하지만,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동남아 시장은 2000년 이후 세계 경제를 주도한 중국에 이어 그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아세안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통해 수출을 늘리고 내수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터 상장사 업계가 동남아에서 주목하고 있는 곳은 태국 시장이다. SM엔터는 이미 태국 최대 미디어 기업 트루(True)컴퍼니와 조인트벤처를 세우고 콘서트 및 홍보 마케팅을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이수만 회장이 2월 신인 그룹 NCT(엔시티) 발표회에서 동남아와 라틴아메리카를 겨냥한 팀이 만들어질 것이라 언급한 것도 이런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YG엔터도 빅뱅 등 대표 아티스트의 동남아 공연 스케줄을 진행하며 잠재적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에 젊은 세대가 많아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CJ E&M은 지난달 태국 최대 종합 미디어 사업자인 트루비전스(True Visions)와 미디어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True CJ Creations’을 출범시켰다. 지난 4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MOU를 진행한 데 이어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CJ E&M과 손잡은 트루비전스는 연 매출 60조 원의 CP그룹(Charoen Pokphand Group) 산하 방송 계열사인 트루그룹(True Corporation)의 자회사다. 태국에서 유일하게 전국 커버리지를 제공하는 최대 유료방송사업자(MSP)로 CJ E&M의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역량 노하우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반면, 현지 진출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동남아 시장이 성숙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구도 많고 한류에 대한 수요도 급상승한 상황이어서 할 만한 사업은 많지만 중국, 일본과 비교해 위험성이 크다. M&A 및 파트너십을 통한 장기 투자를 위해서는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세안은 선진국이나 중국에 비해 여전히 경제 규모가 작고, 외부 자본의 의존도가 높다”며 “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이나 불확실성 확대에 쉽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