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리더의 5가지 덕목…인, 의, 예, 지, 신

입력 2016-11-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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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때이니 만큼 ‘리더의 조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리더의 조건은 그야말로 끝이 없다. 좋은 리더에 대해 누구나 말할 수는 있지만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멋진 말이 그 사람의 행동과 대비돼 더 냉소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

리더십의 효과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누가 말하느냐’가 더 좌우한다. 리더가 먼저 조건을 갖춰야 비로소 리더십이 빛을 발한다. 리더가 조직 전체에 ‘공감×비전×신뢰×역량×실천’을 해 보일 때 리더십은 바로 선다. 공감이 결여되면 방관을 낳고, 비전이 결여되면 혼란스러워지며, 신뢰가 추락하면 회의가 일고 실행이 결여되며, 매번 갈지(之)의 번복이 반복되면 영이 서지 않게 된다.

오늘날 경영학에서 말하는 리더의 이상적인 덕목은 유학의 5상(常)과 무관치 않다. 5상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물러서거나 포기할 수 없는 불변의 조건이다.

위의 공식에서 공감이 인(仁)이라면 비전은 명분과 목표의 의(義)라 할 수 있다. 신뢰는 글자 그대로 믿을 신(信)이고, 역량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지(智)와 통한다. 실행은 상황을 참작하고 각 조직의 이해득실을 고려해 정치적으로 해낸다는 점에서 예(禮)와 맥락이 닿는다. 공자는 인(仁)을 중시했고, 맹자에 이르러 인(仁)과 의(義)를 중시하고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네 가지 덕목을 인간 본성의 4덕이라 해 성선설의 근거로 삼았다. 한대(漢代)에 이르러 동중서(董仲舒)가 4덕에 신(信)의 덕목을 추가했다. 이 5가지 덕은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의 관계로, 어느 하나가 부족해도 안 되는 상호 의존적 관계다. 공식으로 표현하자면 ‘덕=인×의×예×지×신’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덕(德)부터 살펴보자. 덕이란 곧은 마음을 갖고 가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풀면 ‘곧은 마음으로 가다’란 뜻이다. 후에 여기에 마음 심(心)이 추가돼 현재의 덕(德)자가 됐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밖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바람직하고 안으로는 나에게 얻어진 것’이라고 했다. 곧 덕은 인간의 수양과 실천을 통해 얻어지고 나타남을 말한다. 늘 곧게 가고자, 자를 눈에 대고 삼가는 마음이 덕이다.

리더의 조건에서 덕(德)은 늘 재(才)와 대비된다. 유가에선 재능이 훌륭해도 덕이 부족하면 리더로선 함량 미달로 치부했다. 덕이 재능에 미치지 못하는 자를 소인으로 낮게 봤다. 재능은 마치 칼과 같아서 잘 활용하면 ‘이기’이지만, 잘못 활용하면 흉기가 될 수 있다. 능력과 덕이 모두 부족한 어리석은 사람은 단지 자신의 앞가림을 못하는 데서 그친다. 그러나 덕이 부족한데 재능이 뛰어나면 남을 해치는 데 이용하므로 더 위험하다는 게 유학의 기본적 인식이다. 과연 이것이 오늘날과 다른가. 지금 우리는 이른바 고시3관왕을 한 인재들이 자신의 덕에 비해 ‘무거운 감투’를 견디지 못해 어떻게 조직에 해악을 끼쳤는지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다음으로 덕의 구성 요소인 인의예지신을 살펴보자.

첫째, 어질 인(仁)은 상대와 마음이 통해 공감하는 것을 뜻한다. 인은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연민의 마음과 통한다. 영어 compassion에 해당한다. compassion의 어원은 라틴어 compati다. com은 together이고 pati는 to suffer다. 함께 고통을 나눈다는 뜻이다. 상대의 아픔, 구성원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는 것에 민감할수록 그릇의 크기는 커진다. 상대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니까 리더다. 리더의 배포는 바로 인(仁)의 크기와 비례한다.

두 번째는 옳을 의(義)다. 리더는 인(仁)으로 공감대를 보여준다면 의(義)로 공정함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인(仁)이 없는 의(義)는 알알 모래알로 공포 조직을 만들고, 의(義)가 없는 인(仁)은 물렁팥죽의 당나라 군대를 만들 수 있다. 우리 조직 문화에서 무엇을 하면 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의 기준과 상징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의(義)다. 의(義)는 영어로 justice다. 영어권에서는 ‘법(Jus)’과 ‘정의(Justitia)’를 같은 개념으로 인식한다. 영어의 ‘정의(Justice)’는 ‘just’, 즉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맞게’라는 의미에서 생겨났다.

로마어로 유스티치아(Justitia)라 불리는 정의의 여신을 보면 오른손엔 죄의 무게를 달 수있는 천칭(저울)을, 왼손엔 그 죄를 벌하기 위한 칼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여신의 눈엔 가리개가 덮여 있다. 즉 정의(義)를 실천하기 위해선 칼의 결단과 저울의 형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의를 심판하는 여신이 눈가리개로 눈을 가린 이유는 외물에 현혹되지 않으며 스스로의 심안, 마음의 눈으로 저울을 뚜렷이 바라보기 위해서다. 정의가 무서운 것은 칼의 공포 때문이 아니라 저울과 무편견의 엄정함 때문이다.

세 번째로 예절 예(禮)를 살펴보자. 예는 제단에 제물을 풍성하게 차려 자신의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예(禮)는 영어로 표현하자면 매너에 가깝다. 스파이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킹스맨’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는 말이다. 이는 단지 양복 수트만이 아니라 교제, 말투 등 모든 태도를 통합한 예절을 뜻한다. 매너는 라틴어 manarius에서 유래했다. manus(사람의 행동과 습관)와 arius(방법과 방식)의 합성어로 사람과의 관계에 치중하는 것이다. 에티켓이 까다롭고 복잡한 허례를 포함한 예절을 뜻한다면 매너는 존중의 의미가 더 강하다. 에티켓이 의식(儀式)이라면 매너는 의식(意識)이다. 에티켓이 예의 용(用)이라면 매너는 예의 체(體)다.

다음으로 지혜 지(智)다. 지혜 지는 알지(知)에 날 일(日)이 붙은 글자다. 智를 知와 날 일(日)의 조합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 知와 입을 본뜬 曰(왈)의 합체자로 보는 경우도 있다. 즉 가로 왈로 보는 경우는 사람의 입, 담론을 통해 지혜를 얻는 것을 뜻한다. 일본 속담에 ‘세 사람이 모이면 문수보살 지혜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집단 지성의 힘이다. 날 일로 보는 경우는 ‘앎(知)은 세월이 쌓이면 쌓일수록 깊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든, 날이 갈수록 깊어지든 지혜는 숙성된 지식이다. 지식이 단지 아는 것에 그친다면 지혜는 이를 자기화해 발전시킨 더욱 높은 단계다. 진정한 배움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끝없이 떠올려 체화하는 것, 즉 상기하는 것’이다.

지식이 knowledge라면 지혜는 wisdom이다. 지혜의 wisdom과 재치의 wit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보다’와 ‘알다’의 뜻을 가진 독일어 ‘wissen’은 두 갈래로 뻗어 나와 영어에 ‘wise’와 ‘wit’로 각각 발전됐다. 결국 리더의 재치나 지혜는 일단 견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끝으로 믿을 신(信)이다. 믿을 신은 사람 인(人)과 말씀 언(言)으로 구성된 글자다. 가장 기본적인 해석은 사람(인(人)이 하는 말(言)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요체는 사람의 말은 자신이 이전에 한 말, 행동과 딱딱 맞아떨어져 믿음이 가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재밌는 것은 믿을 신(信)과 대비돼 살펴볼 수 있는 으르렁거릴 은()이다. 개를 뜻하는 견(?)에 말씀 언(言)이 붙어 의미대로 하자면 ‘개소리’다. 솔선수범과 언행일치 없이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것은 믿음은커녕 ‘개소리’로 들리게 할 뿐이다. 한자의 유머가 느껴지면서도 신랄한 비판이다.

신뢰는 예전이나 요즘이나 절대로 무너뜨려선 안 될,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할 리더의 보루다. 병법에 ‘적과 싸울 때는 속임수를 이용하고 군대를 통솔할 때는 신뢰를 이용하라’는 전략도 있다. 공자는 경제력(식량), 국방력(병사)을 다 포기하고 뒤로 미루더라도 끝까지 지켜야 하는 것이 신뢰라고까지 말한다. 공자가 얼마만큼이나 신뢰를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공자는 신뢰 없는 리더십은 멍에 없는 수레와 같다고 봤다. 요즘 말로 하자면 핸들 없는 자동차라 할 수 있다. 신뢰를 받지 못하는 리더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는 인·적성검사를 실시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조직, 국가의 리더들은 어떤가. 리더가 사고치면 조직이 망한다. 무능하거나, 덕이 없는 리더로 인한 물적·심적 손실은 엄청나다. 그런데도 정작 리더들의 인성은 허술하게 넘어가는 것은 아닌가. 차제에 ‘인의예지신’ 5상(常) 리더십 적성검사를 쳐서 ‘리더의 조건’을 사전에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진설명1, 2)

스파이 활약상을 그린 영화 ‘킹스맨’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는 말이다. 에티켓이 까다롭고 복잡한 허례를 포함한 예절을 뜻한다면 매너는 존중의 의미가 더 강하다. 에티켓이 의식(儀式)이라면 매너는 의식(意識)이다. 사진제공=영화 ‘킹스맨’스틸컷

사진설명3)

유스티치아(Justitia)라 불리는 정의의 여신을 보면 오른손엔 죄의 무게를 달 수 있는 천칭(저울)을, 왼손엔 그 죄를 벌하기 위한 칼을, 그리고 그 여신의 눈엔 눈가리개가 덮여 있다. 국내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상단에 자리한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엔 저울과 다른 한 손엔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홍샛별 기자 byul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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