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전격 퇴진 선언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공은 국회로 넘겼다. 친박 중진들이 요구한 ‘질서있는 퇴진’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즉각 사퇴를 표명하지 않고 퇴진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어 정치권에서의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춘추관에서 발표한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회가 향후 자신의 퇴진과 관련한 일정을 논의해주면 이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의미로, 국회에 공을 넘긴 것이다. 여야가 이제부터 대통령 대행 총리 문제와 거국내각 구성, 조기대선 일정 등 구체적인 퇴진 로드맵을 확정해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특히 이같은 박 대통령의 입장은 전직 국회의장 등 정치권 원로들과 새누리당 친박 중진들이 제시한 ‘질서 있는 퇴진’을 수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박 대통령은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들니 점 다시한번 깊이 사죄드린다”는 말로 입을 뗐다. 그러면서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는 2차 담화 이후 25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지난 10월25일, 11월4일 2차례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또 “돌이켜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해”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고 되새겼다.
그러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에 대해선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며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본인의 무고함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다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오늘은 여러가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 경위를 소상히 말씀 드리겠다”면서 취재진에게 “질문이 있으면 그때 받겠다”고 밝혀 4차 회견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