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 인수에 현대상선이 비공개로‘가격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SM그룹(대한해운)이 터미널 지분을 현대상선과 함께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은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현대상선과 절반씩 나눠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최근 정부에 이같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M그룹은 지난 14일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 영업권 및 물류 IT시스템, 인적자원 등의 자산을 370억 원에 양수했다. 미국 롱비치터미널을 운영중인 한진해운 자회사 TTI(Terminals Investment Ltd) 지분 54%에 대해선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우선매수권 행사 가능일은 내년 1월 5일까지다.
이런 가운데 전날 법원은 롱비치터미널 매각 주관사인 미국 제프리사를 통해 비공개 가격제안서를 받았다. 법원은 롱비치터미널 2대주주인 스위스 MSC와 대주단과 협의해 기준 가격을 정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이번 비공개입찰에 참여했다.
법원은 적정 가격을 정해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SM그룹에 제시할 예정이다. SM그룹이 이를 받아들이면 롱비치터미널 단독 인수가 가능하다. 문제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이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전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6개 해외금융기관으로부터 약 300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대주단은 이를 인수자가 떠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터미널 운영자금 1000억 원을 더하면 인수자금으로 약 4000억 원이 소요된다. 3분기 말 기준 롱비치터미널의 순부채는 6240억 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3360억 원이다. 현대상선도 지난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SM그룹은 해운업 육성 차원에서 산업은행이 나서서 롱비치터미널을 인수하면 지분을 현대상선과 나눠 갖는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런 계획이 성사되려면 현대상선의 동의와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현대상선 측은 “여러 인수방안이 나올수 있다”면서도 “아직 해당 사안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