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국조특위 증인명단 오르자 대기업 부도지수 상승

입력 2016-12-02 10:24 수정 2016-12-0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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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CDS 프리미엄 20% 껑충·현대차도 100bp 넘어… 기업 브랜드 가치 훼손 해외수주에 타격

#지난 1992년 현대건설이 홍콩 ‘첵랍콕 신공항 건설 프로젝트’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정치 리스크가 해외 사업에 지장을 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총 사업비 약 5조8625억 원의 이 프로젝트는 풍부한 교량 건설 경험과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최저가격 입찰까지 제시, 사실상 수주가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수주는 물거품이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연루 기업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한국 대기업 대외신인도 하락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는 발주와 수주기업 모두 신뢰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주요 기업 총수들이 검찰과 국회에 불려 다니는 상황에서, 해외 발주기업이 이들 국내 기업에 대형 프로젝트를 선뜻 맡길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

2일 코스콤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9인의 그룹 총수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 위험도를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채권이 부도가 날 경우에 대비해 지불하는 일종의 보험적 성격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파산할 확률을 높게 본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CDS 프리미엄은 최순실 국정논단 파문이 본격화된 10월 24일 58.18bp를 기록한 데 이어, 국정조사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11월 21일에는 70.42bp까지 급등했다. 상승폭은 20%에 달한다.

정몽구 회장이 국정조사 특위 증인으로 채택된 현대자동차는 같은 기간 90.2bp에서 101.62bp까지 뛰었다. 최근 3개월간 현대차의 CDS프리미엄은 93.98bp 수준. 12월 1일 현재는 100bp 내외를 유지 중이다.

외풍에 취약한 ‘주인없는 회사’ 포스코와 KT도 CDS 프리미엄이 각각 75.5→88.27bp, 62.78→75.17bp 오르며 대외신인도에 직격탄을 맞았다. 포스코는 최순실 씨의 측근 차은택 씨가 옛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코레카의 ‘지분 강탈’ 의혹에 연루되면서 권오준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또 KT는 차 씨의 측근을 임원으로 취직시키고, 차 씨 소유 회사를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밖에 △SK하이닉스(+39.4bp) △롯데쇼핑(+12.47bp) △GS칼텍스(+10.57bp)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찬조금을 낸 그룹의 주력 계열사도 같은 기간 CDS 프리미엄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총 773억 원의 출연과 연루된 기업들이 대가성으로 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경우, 뇌물죄가 적용되거나 그룹 총수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될 경우 뇌물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횡령배임죄도 추가로 적용될 수 있어 직접적인 오너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에선 법률 위반 기업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는 34개 회원국에 공공 조달에서 법률 위반 기업에 대해 입찰 참여 자격을 제한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마다 해외 바이어와 투자자로부터 회사 안위를 묻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유럽시장담당 A임원은 최근 현지 딜러(판매사)에게 검찰 조사에 따른 경영 활동 제약을 묻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는 “해당 메일은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른 신차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면서 “최순실 사태로 그동안 쌓아 올렸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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