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조환익 한전 사장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 국민 선택에 맡겨야”

입력 2016-12-02 11:13 수정 2016-12-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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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방안 각각 장단점 있어…트럼프 에너지 정책으로 화력발전 메리트 커질 것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새누리당과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추진해 왔다. 정부는 3개월여 동안의 작업 끝에 3가지 개편안을 마련하고, 이달 중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소비자는 물론 전기 공급 주체인 한국전력도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 4년간 한전을 이끌어 온 조환익 사장으로부터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대한 입장과 에너지산업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전기요금 누진제 TF가 3가지 개편안을 제시했는데, 이번 개편안에 대한 입장은.

“11월 28일 전기요금 개편안 공청회에서 패널과 참석자들은 3안을 선호했다. 3안은 누진제 원리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1안과 2안의 단점을 보완한 절충안이다. 평균 인하율이 11.6%로 3개안 중 가장 크며, 누진제 완화 효과가 다소비 가구에만 집중되지 않아 형평성에도 문제가 없다.

반면 판매 단가가 다른 안보다 높다 보니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에서 3단계를 넘어가면 요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기 때문에 전기 사용을 줄여야 한다.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은 2안을 선호한다. 그러나 현행 1~2단계 누진 구간 및 누진 요율을 그대로 유지해 전기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

1안의 경우 누진 구간, 누진 요율은 누진제 원리에 가장 근접한 개선안이기는 하나, 저소비 구간의 요금 부담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각 안에 장단점이 다 있기 때문에 국민이 선호하는 방안이 최종 채택될 것으로 본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 인구 변화에 맞춰 향후 우리나라 전기요금 제도는 궁극적으로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나.

“현행 용도별 요금제는 전력 공급 비용 외에도 전력 수요 관리, 에너지 배려 계층 보호, 소득 재분배 등 각종 정책적 요소가 반영돼 있다. 이에 용도별 요금 격차가 발생하거나 농업용처럼 저렴한 요금제 적용을 요청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향후에는 소비자가 사용하는 전압에 따라 전압별 공급 원가 차이를 반영해 요금을 결정하는 전압별 요금 체계를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산업용과 일반용의 경우 2013년 11월부터 요금단가표를 통합해 이미 전압별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신(新)기후체제 출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등 에너지 정책 목표 달성에 부합해야 한다.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가격 중심의 수요 관리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미래 성장 동력인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 신산업 부문은 전기요금 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전기요금 체계 개편 시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리기후협약 탈퇴와 신재생에너지 투자 감축 등을 예고했는데, 에너지 분야 수출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나.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자국 중심의 친(親)화력 에너지 정책으로, 글로벌 에너지업계에 미칠 영향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볼 수 있다. 우선 미국 내 석유·가스 채굴 확대에 따라 유가 안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이며 환경관련 규제를 대폭 폐지 또는 축소하겠다는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단기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서 화력 공급 확대로 인한 신재생 발전 유인 저하는 전력 회사에 선택의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재생 확대는 글로벌 에너지 산업의 필수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중심의 탄소 감축 노력이 이뤄졌다면, 향후에는 공급 물량이 확대되며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가스가 석탄·석유를 대체하는 탄소 감축 방안으로써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화력발전 공급 확대 정책은 자국 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단기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파리기후협정 탈퇴에 4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고, 환경 관련 규제 폐지 시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요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신재생 발전의 즉각적인 축소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국내 전력 산업은 트럼프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화력발전의 메리트가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세먼지 증가 등으로 국민의 환경 관련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퇴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가스 가격의 하락으로 신재생 확대와 더불어 천연가스 확대가 탄소 감축의 수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유가 하락과 신재생 시장의 단기적 위축이라는 환경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신사업 기술 역량 축적과 사업모델 고도화를 통해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신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국내 전기자동차 보급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주요 원인과 한전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는 2020년 전기차 25만 대 보급을 목표로 보조금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전기차 보급은 저조한 상황이다. 10월 기준 전기차 등록은 8518대로 전체 등록 차량의 0.04%에 불과하다.

또 짧은 주행거리와 더불어 소비자 니즈를 만족시키는 다양한 전기차가 아직 출시되지 않아 실제 구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아이오닉 191㎞, 쏘울 148㎞ 등 국내 출시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평균 140㎞에 그친다. 더불어 최소 30분에서 최대 5시간이 걸리는 충전 시간과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도 보급 확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기차 분야는 초기 수익모델 발굴이 어렵고, 투자비 부담이 커 민간사업자의 인프라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환경부, 한전 등 공공기관 주도로 충전 인프라 구축을 진행 중에 있다. 공공 충전 인프라는 80%에 달한다.

한전은 초기 민간사업자의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 충전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전기차의 확산과 산업 생태계 기반 조성에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한전 사옥에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현재 158개소에 554기 구축을 완료했다.

올해부터는 2000억 원을 투자해 개방형 충전소와 공동주택 내 충전 인프라를 확대해 전기차 이용 편의성을 개선해 나아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개방형 150개소 300기, 공동주택 4000단지 5000기, 복합서비스형 7개소 165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최근 미국 몽고메리 대학과 스마트캠퍼스 구축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한전이 구상하는 미래도시는 어떤 모습인가.

“한전은 2009년부터 지구 온난화 방지와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 참여해 왔다. 스마트타운은 2013년 개발한 구리지사의 빌딩형 모델인 K-BEMS보다 업그레이드된 에너지 솔루션으로 지난 10월 한전 인재개발원에 최초로 적용했다. 이 시스템이 설치되면 건물들은 스마트콘센트와 조명장치에 의해 불필요한 전원, 즉 빈방 같은 곳의 전원을 실시간으로 끌 수 있다.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고, 심야시간에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 쓸 수 있어 요금도 절약된다.

한전은 2030년 국가 단위 스마트그리드를 완성하기 위해 에너지 관리의 가장 기본 단위인 스마트홈과 스마트빌딩의 솔루션을 확보했다. 스마트타운, 스마트시티, 스마트국가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자립도 및 에너지 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이룰 것이다.

한전은 온·습도 센서 연계로 냉난방장치(에어컨, 보일러 등)를 자동 운전하고, 환경센서는 미세먼지의 농도를 측정해 공기청정기를 제어하며, 거주민의 생활패턴에 따른 가전기기들이 자동으로 운전되는 인공지능(AI)형 스마트홈을 구현하고자 한다.

도시기반시설인 전기·가스·상하수도·열 등 도시에서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 생성과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고, 스마트 교통 및 스마트 주차관리, 가로등 및 폐쇄회로(CC) TV를 통합 관제해 도시의 안전을 확보하고 편리성을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 조환익 사장은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1950년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 뉴욕대 경영대학원(석사), 한양대 경영대학원(박사)을 졸업했다.

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들어가 상공부 미주통상과장,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실 부이사관,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 국장,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과 차관 등을 지냈다. 이어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코트라 사장을 거쳐 2012년 12월부터 한전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해 말 3년 임기가 만료됐지만 1년 연임됐다. 저서로는 ‘한국, 밖으로 뛰어야 산다’, ‘우리는 사는 줄에 서 있다’, ‘조환익의 전력투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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