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 기업의 독일 반도체 장비업체 아익스트론 인수를 차단할 예정이라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푸젠그랜드칩투자펀드(FGC)의 독일 법인인 그랜드칩인베스트먼트는 아익스트론을 6억7000만 유로(약 85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HIUS)는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아익스트론 지분을 매각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일 CFIUS의 권고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의 인수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중국 랠스가 오레건 주 해군기지 인근의 풍력발전소를 인수하려 하자 이를 막았다. 1990년에는 아버지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항공부품업체 맘코가 중국에 넘어가려는 것을 중단시켰다.
CFIUS는 미국 기업이 외국에 인수되는 것을 검토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안보와 관련된 분야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아익스트론은 캘리포니아 주에 약 100명 인원의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은 회사 매출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지분 매각은 CFIUS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아익스트론 기술은 LED와 레이저 트랜지스터 태양전지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일 수 있으며 위성통신과 레이더 등 군사용으로도 가능하다. 미국 주요 방위산업체인 노스롭그루먼이 아익스트론 주요 고객사 중 하나다.
허웨이원 중국세계화센터(CCG) 부소장은 “중국 국영기업들이 반도체 분야에서 딜을 성사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이는 미국과 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은 미ㆍ중 관계가 중요한 순간을 맞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 행위를 하고 있다며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포하고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한편으로 중국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미국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대미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53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