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종의 서킷브레이크] 목 빠져라 연기금만 바라보는 코스닥

입력 2016-12-0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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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연기금이 중소형주에 1조 원을 집행한다고 해서 반짝 상승하는 듯 보였으나, 실제 3000억 원 정도 집행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대형주 위주로 집행이 됐고 코스닥 시장에 들어온 돈은 1000억 원도 되지 않습니다.”

“올해 코스닥 중소형주들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펀더멘털도 크게 바뀐 것이 없습니다. 다만 연기금의 스탠스가 바뀌면서 코스닥 시장이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코스닥 시장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 중소형주 담당 펀드매니저들이 연기금의 자금 집행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연기금이 1조 원의 자금집행을 통해 코스닥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고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집행에 그쳤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코스닥지수는 586.73포인트로 마감했다. 2015년 1월 22일 578.42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작년 하반기 800선을 목전에 뒀던 코스닥 시장은 불과 1년 만에 개인투자자들의 무덤으로 변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연기금이 코스닥 시장에서 이탈한 것과 무관치 않다. 올 들어 연기금은 코스닥 시장에서 4000억 원 이상을 매도하고 있다. 지난해 7000억 원 이상을 순매수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지금까지 연기금은 코스닥 시장이 무너질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지수 반등을 이끌어 내는 시장 안정판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어찌된 영문인지 저가 매수는커녕 매도 공세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시가 총액이나 매출 규모가 작거나 거래량이 적은 1000여 개 종목에 대한 투자 제한을 없애면서까지 연기금 투자를 이끌어 내려 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코스닥 시장은 연기금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개인들이 빚을 내 코스닥에 투자하는 척도인 신용공여 수준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더 이상 순매수할 힘을 잃어버렸다. 여기에 12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둔 가운데 외국 자본이 코스닥 시장에 적극적으로 들어올 리 만무하다.

이처럼 코스닥 시장이 악조건 속에 놓여 있는 가운데 기댈 데라곤 연기금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연금제도에 의해 모여진 자금인 연기금은 합리적인 투자를 통해 최대 이익을 거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 자본시장에서 연기금의 안전판 역할도 중요하다. 시장 안정화와 정상화에 대한 순기능적 역할 또한 연기금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이다.

현재 코스닥 시장은 매수 주체 상실로 인해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저평가 상황에 들어가면서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코스닥 기업들의 값어치가 떨어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격적으로 서둘러 코스닥 기업들을 팔아치울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의 대형주 위주의 편식 현상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범정부 차원에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이때 연기금의 조그만 관심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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