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금융사기범과의 전쟁

입력 2016-12-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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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가 찾아가겠다는데 누구 맘대로 지급정지를 시키는 거야? XXX아! 당장 돈 내놔!”

살벌한 욕설이 거침없이 날아오지만 침착하게 질문을 이어가며 시간을 끈다. 타인에게서 거액을 송금 받고 짧은 시간 안에 현금으로 찾아 가려고 은행을 찾은 이 사람. 이미 금융사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그가 금융사기 범인임을 확신한다. 112 신고를 통해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고 조사를 위해 동행을 요구하자 그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진다. 찰나의 순간 도주하려는 그를 경찰이 붙잡았고, 모니터링으로 확인한 대로 그는 금융사기 범인이었다.

IBK기업은행에서 금융사기 모니터링 업무를 하고 있는 나는 매일같이 금융사기범과의 ‘전쟁’을 하는데, 올해로 7년째 이 업무를 하고 있다.

은행에서 신규계좌 개설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대포통장 신규 개설이 어려워지자 금융사기범들은 선량한 시민들을 상대로 지능화된 다양한 수법으로 통장을 수집해 악용하고 있다.

대출과 취업(아르바이트)을 빌미로 수집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수법이다.

먼저 대출사칭 유형은 거래 실적을 쌓아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며 계좌번호를 알아낸 후 예금주에게는 피해자가 입금한 돈을 사기범이 입금한 것처럼 속여 직접 현금을 출금해 오도록 하거나, 카드를 퀵으로 보내 달라고 한 후 사기범이 직접 피해 금액을 출금한다.

취업(아르바이트) 사칭형은 구직자에게 취업이 되었다며 사원증을 만들려면 체크(현금)카드에 칩을 넣어야 하니 카드를 퀵으로 보내 달라고 한 후 직접 피해 금액을 출금한다.

이렇게 수집된 통장의 예금주들은 본인이 알지도 못한 채 보이스피싱 사기계좌로 악용돼 어느 한순간 사기범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사기범은 교묘히 빠져나가 꼬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통장이나 카드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범죄자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므로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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