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증강현실 패블릿폰으로 주목받은 레노버의 '팹2프로'의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뒤태였다. 3D 이미지 렌더링 기능이 있는 것을 과시하듯, 제품 뒷면에는 1600만 화소의 카메라와 심도를 측정해주는 어안 카메라 등, 3개의 카메라가 일렬로 자리해 있었다.
지난해 한국에 레노버가 출시한 첫 패블릿폰인 ‘팹플러스’보다 디자인은 한층 세련되졌고, 고급스러워졌다. 무게도 259g로 묵직한 느낌이다. 5.7인치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6.4인치 대화면을 접하니 일상에서는 손쉽게 쓰기 버거울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팹2프로의 핵심 기능인 증강현실을 체험하기 위해 앱을 구동했다. 기본적으로 9개의 증강현실 앱이 탑재되어 있었다. 게임 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사물의 길이를 측정할 수 있는 앱과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는 앱 등이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30가지의 다양한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증강현실 디바이스가 없었던 만큼, 증강현실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싶었던 사용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 같다.
때때로 스마트폰 간담회 체험 공간에서는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몰려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이 제대로 구동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 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생각보다 증강현실 앱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애완견을 키우는 앱의 경우 10분에 걸쳐 4번의 시도 끝에 실행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가구 배치 앱의 경우 터치앤 드래그로 화면상에 가상 소파를 배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바닥에 고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동하니 앱이 제대로 작동하는 느낌이었다. 앱 구동이 서툴렀던 탓도 있지만, 생각보다 이동이 많아 집에 혼자 침대에 누워서 게임을 하거나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즐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대화면 제품인 만큼 일반 모바일 게임, 영상 시청 등 향상된 멀티미디어 기능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4050mAh에 달하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충전 걱정 없이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증강현실 대중화를 위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 확보가 중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 레노버는 SK텔레콤, 구글 등과 협력을 진행 중이다. 특히 SK텔레콤은 VR·AR 플랫폼인 ‘T리얼’을 통해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지원, 생태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쉬운 점은 레노버가 오프라인 체험존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 통상 증강현실 관련 제품은 실제로 체험을 해봐야 그 진가를 오롯이 알 수 있다. 팹2프로가 광고와 온라인 마케팅만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