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마이다스(SM)그룹 계열사 대한해운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인 미국 롱비치터미널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롱비치터미널은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 MSC와 현대상선 컨소시엄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을 소유한 미국 자회사 토탈터미널인터내셔널(TTI, Total Terminals International)의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MSC는 TTI 지분 46%와 한진해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다.
대한해운은 지난달 한진해운 미주-아시아 노선을 인수하면서 롱비치터미널 인수 우선협상권을 얻었다. 그러나 자금 문제로 인수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자 법원은 매각 주관사와 함께 현대상선-MSC 컨소시엄,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로부터 비공개로 가격제안서를 받았다.
SM그룹은 롱비치터미널 인수 의지가 있었지만, 3000억 원에 달하는 채무와 매년 1000억 원 규모의 연간 운영비 등을 부담스러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SM그룹은 자금 부담을 이유로 현대상선에 롱비치터미널 공동인수를 제안했지만, 현대상선이 MSC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사실상 제안을 거절했다.
대한해운이 롱비치터미널 인수를 포기하며 현대상선-MSC 컨소시엄과 한앤컴퍼니 중 한 곳이 국내 인수협상자 지위를 얻는다. 법원은 조만간 이 중 한 곳을 인수협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업계는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MSC와 컨소시엄을 맺은 현대상선의 인수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MSC는 롱비치터미널을 현대상선이 인수하길 희망해 측면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애초 MSC는 터미널 운영 자금을 낼 수 있고 물동량 확보가 가능한 선사에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넘길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벌크선 위주의 중소 해운사인 대한해운보다는 컨테이너선 위주이자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현대상선이 이 조건을 더욱 충족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현대상선이 롱비치터미널 인수에 성공하면 한진해운 알짜 자산만 확보하려던 당초 계획을 이행하게 된다. 다만 추후 MSC가 지분 확대 등을 요구할 경우 현대상선에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상선-MSC 컨소시엄은 물동량을 기준으로 지분 인수 비중을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