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재벌 총수들이 청문회에 줄 소환돼 쩔쩔 매는 사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은 미국 뉴욕으로 날아가 차기 트럼프 정권에 로비를 시작했다.
손 회장은 이날 뉴욕 트럼프 타워를 방문해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를 만났다. 약 45분간의 개별 면담 후 손 회장은 미국 신생기업에 500억 달러(약 58조5500억원)를 투자하고, 5만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손 회장은 이날 회담 후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을 축하하려고 왔다. 우리는 투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면서 “나는 트럼프 당선인이 규제를 완화할 것이기 때문에 그의 당선을 축하하며 투자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회담이 대성공이었으며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트럼프는 손 회장을 “업계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자신의 트위터에서는 “손 회장이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결코 이렇게 (투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논의된 투자 내용과 투자 시기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손 회장이 투자를 약속한 500억 달러는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함께 조성하는 투자펀드에서 나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0월 사우디 국부펀드와 함께 1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투자 계획을 통해 손 회장의 숙원사업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손 회장은 2013년 220억 달러를 들여 당시 미국 3위 이동통신회사였던 스프린트를 인수했다. 하지만 4위 업체였던 T모바일 공세에 밀려 3위 자리를 내줬다. 손 회장은 자회사인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을 모색했으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반독점 규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트럼프 새 행정부가 이동통신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면 그의 계획도 성공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날 손 사장은 T-모바일에 여전히 관심이 있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손 회장은 최근 IT 전반에 걸쳐 공격적인 글로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정보·기술(IT) 업계의 워런 버핏이 되고 싶다’고 말해왔다. 지난해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온라인 대출기관 소셜파이낸스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지난 7월에는 영국 반도체칩 설계업체 ARM홀딩스를 320억 달러에 인수했다.
손 회장이 트럼프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최근 각국 정상과 만나 해당 국가에 대한 투자 계획을 전달하며 친분 쌓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한국 IT 분야에 약 5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인도의 스타트업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