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좀 주소! 목마르오~] 부귀(富貴)는 자신의 입에 달려 있다

입력 2016-12-0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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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금 ‘아마데우스’ 영화를 촬영한 독일의 레겐스부르크에 와 있습니다. 500년 된 이곳 성당의 벽에는 놀랍게도 불교의 삼존불(三尊佛)이 있습니다. 유리로 잘 보호하고 있네요. 기독교건 불교건 종교를 떠나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아는 분들은 모든 것을 통합해 받아들였나 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나는 이것, 너는 저것 하면서 적과 동지를 구별해 사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와이파이가 한국보다 후진적인 이곳에서는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을 입 밖으로 낼 수 없기에 지금이 오히려 ‘운이 좋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저 자신이 더 이상 한국 상황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우리나라 시국에 대해 함부로 말하곤 했습니다.

옛 현인의 가르침 중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이 화의 근원이니 입조심, 말조심하라는 뜻입니다. 제가 한국에서 PB(개인자산관리사)로 활동했을 당시, 자산을 맡긴 분들 중 최소 액수가 10억 원 이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현금성 자산이 10억 원 이상이면 돈이 많은 부자이거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죠. 그분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우리나라 시국에 대해 물어봤는데, 그 속을 알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필자는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 최소 100억 원, 많게는 1000억 원을 벌었습니다. 그래서 인사고과를 높게 받고, 성과급으로 수천만 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그저 회사의 ‘사냥개’였지요. 주인의 이익을 위해 대부분 만만한 토끼를 잡아왔지만, 간혹 맹수를 잡기 위해 부상하면서까지 사냥해 오기도 했습니다. 주인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소시지 하나 입에 물려주면 감격해 ‘다음에는 더 잘해서 주인한테 또 귀여움을 받아야지’ 하고 생각했죠. 그런 생활을 25년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눈물이 납니다.

반면에 부귀(富貴)를 가진 주인은 세상 이치를 아는 이들이었죠. 사냥에 성공하기 위해 직원 한 사람의 생각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플랜 A, 플랜 B, 플랜 C 등 최소한 세 가지의 패를 들고 사냥에 임했죠. A 사냥개 집단으로 안 되면 B 사냥개, B 사냥개로 안 되면 C 사냥개, 이런 식으로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 빈틈없이 준비를 하고 제1진 사냥개 집단인 플랜 A를 내보냅니다. 상대가 약하면 약한 플랜 A부터 보내고, 상대가 강하면 마지막 카드인 플랜 C를 보내고, 상대를 가늠할 수 없으면 중간인 플랜 B 사냥개들을 보내 상대의 실력을 탐지합니다. 그 정도 신중함이 있어야 부(富)도 얻고, 귀(貴)한 자리도 유지할 수 있죠. 그러니 이번 시국에 대한 의견도 다들 아낀 거겠죠.

돈의 원리를 알고 싶고,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싶으면, 일단은 입을 다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을 잘 아는 한국의 언론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표를 얻는 여야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에게 자기들의 사상을 뭉친 환약 정(錠)에 설탕인 당(糖)의 옷을 입힌 당의정(糖衣錠)을 던지며 플랜 A, B, C를 가늠질합니다.

세상 이치에 어두우면 그 당의정을 보고 먹이인 줄 알고 쫓아가고, 이치를 조금 알면 당의정을 주는 사람에게 덤벼들어 의도를 잡아챈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한때 그 당의정을 쫓아다니던 사람입니다. 옳다고 믿었던 나의 마음이나, 아니라고 부정하던 나의 믿음이나,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져 봅니다. 답은 바로 이것입니다. 중요한 매 순간, 입을 다물 줄 알면 본전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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