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용산공원이 특별한 이유

입력 2016-12-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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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동서로 약 800m, 남북으로 약 4km에 이르는 이 직사각형 모양의 거대한 공원은 뉴욕의 상징이자 현대 도시공원의 대명사로 통한다. 마치 대자연을 도심 한복판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압도적인 풍경은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복잡한 도심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마주하는 이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는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는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은 새롭게 조성될 용산공원도 이 센트럴파크와 같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뉴욕시가 공원 계획 현상 공모를 시행했던 1857년, 뉴욕 시민들은 먼 곳으로 이동할 차도 없었고 가까이 두고 즐길 수 있는 산과 들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때 ‘자연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겠다’는 프레드릭 옴스테드의 계획안은 참으로 신선했다. ‘도심 속의 자연’을 만들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언덕과 길을 만들고 잔디와 나무를 가꿨다. 그리고 150년 전 뿌린 씨앗은 이제 그 결실을 맺어 세계인이 사랑하는 공원이 되었다.

도심에 소중한 ‘자연’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용산공원도 다르지 않다. 용산공원 조성 계획의 가장 중요한 콘셉트는 ‘자연 지형의 회복’이다. 오랜 기간 일본군과 미군의 군사기지로 사용되다 보니 원래의 지형이 깎이고 잘려 나가 상당 부분 훼손되었는데 이를 최대한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다. 이 회복된 지형 위에 경사, 높이, 일조량과 같은 다양한 환경조건을 고려해 숲, 초지, 습지, 호수와 같은 다채로운 생태환경을 조성한다.

하지만 단순한 자연생태공원으로만 머무르기엔 용산에 새겨진 역사의 깊이가 간단치 않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군영과 냉전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미군 건물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건물 하나하나를 연결한 길은 훌륭한 체험 코스가 된다. 오랜 기간 군 주둔지로 외부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 역설적으로 훌륭한 역사 공원이 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센트럴파크와 결정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공원을 둘러싼 경계부 또한 큰 차이가 있다. 직사각형의 거대 공원을 주변부의 고층 빌딩이 일제히 내려다보는 센트럴파크와 달리, 용산공원은 자연스러운 에지(Edge)로 다양한 스카이라인은 물론 더 많은 도시의 접점과 만난다. 사실상 공원 부지 내에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의 에너지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남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녹지축마저 온전히 회복된다면 용산공원이 도심에 불어넣는 활기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주변부 도시 계획을 수립하는 서울시와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도심 속 자연을 갈구하는 우리는 늘 ‘한국의 센트럴파크’를 꿈꾼다. 하지만 단순히 휴식과 여가의 공간으로만 머물기엔 용산이 가진 에너지와 잠재력이 너무도 크다. 자연과 생명을 노래하되, 역사와 마주하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100년이 지난 후 센트럴파크를 능가하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공원’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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