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렌치(41) 이탈리아 총리가 7일(현지시간) 저녁 개헌 국민투표 부결의 책임을 지고 공식 사퇴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렌치 총리는 국민투표 잠정 결과가 나온 직후인 5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으나 정정불안을 최소화하고자 내년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사퇴가 보류됐었다. 그러나 이날 상원이 예정대로 예산안을 승인한 직후 렌치 총리는 약 2년 9개월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의 사퇴로 총리직이 공석이 되면서 이탈리아의 정정 불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렌치 총리 사퇴 후 조기 총선을 치르기보다는 전문성있는 기술관료를 총리로 지명해 과도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조기 선거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거국내각이 얼마나 유지될지, 선거가 언제 실시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이탈리아 금융권의 불안감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렌치 총리가 주도했던 금융권 안정화 정책이 표류하면서 은행권의 재무건전성 확보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키 데 시에나(BMPS) 측이 유럽중앙은행(ECB)에 50억 유로(약 6조2445억원)의 자본 확충 등 자구안 마련 시한을 1월 중순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FT에 따르면 BMPS는 ECB에 보낸 서한에서 렌치 총리의 사임으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고조되면서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50억 유로의 자본 확충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이에 대한 시간적 여유를 줄 것을 요청했다. 만약 ECB가 기한 연장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이탈리아는 정부 주도로 BMPS의 자본 확충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은행의 최대 주주는 이탈리아 재무부다. 이탈리아 정부는 정부가 후순위 채권을 매입해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ECB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ECB가 BMPS에 대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아 이탈리아 금융권에 패닉이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ECB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ECB는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CB는 8일까지 해당 요청을 검토하고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