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이 9일로 예정된 포스코 정기이사회에서 거취를 표명한다. 현재 포스코는 청와대가 지난 2014년 권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또 광고 자회사 포레카의 매각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8일 포스코에 따르면 내년 3월 17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권 회장은 임기만료 3개월 전인 이달 17일까지 연임 또는 사임 의사를 이사회 의장에게 전달해야 한다. 다음 이사회가 이달 17일 이전에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권 회장은 이번 정기이사회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권 회장이 이날 연임 의사를 밝히면 사내이사진으로 구성된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단일 후보 자격심사를 받아야 한다. 반면 퇴임 의사를 밝힐 경우, 포스코는 즉시 차기 회장 인선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 중 황경로ㆍ정명식 전 회장을 제외한 박태준ㆍ김만제ㆍ유상부ㆍ이구택ㆍ정준양 등 5명의 전 회장은 모두 연임한 바 있다. 당초 포스코 안팎에서는 권 회장이 구조조정 차원의 비주력 계열사와 비핵심자산 처리 공로를 인정받아 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에 직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며, 연임가도에 치명상을 입게됐다. 일각에서는 역대 포스코 회장들처럼 불명예 퇴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권 회장은 지난달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 △광고계열사 포레카 매각 당시 외압 △2014년 회장 선임 당시 최순실 개입 여부 등을 두고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사안의 핵심은 2014년 회장 선임되는 과정이다. 청와대는 지난 2014년 1월 14일, CEO 승계 카운슬에 “차기 회장 인선과정에서 내부 인사를 제외시키라”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준식 포스코 사장과 윤석만 전 포스코 건설 회장이 후보군에서 탈락했다.
하루 뒤인 2014년 1월 15일, 당시 포항산업과학기술연구원(RIST) 원장 출신인 권오준 회장을 비롯해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김진일 전 포스코켐텍 사장 등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당시 포스코의 CEO 승계프로그램 간사를 맡고 있던 김응규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에게 청와대의 압력 행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편, 포스코 내부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로 사내 인사 3~4명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진일 사장을 비롯해 황은연 사장, 오인환 부사장, 최정우 부사장 등이다. 사외 인사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