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중 은행들이 2조 달러(약 2317조 원)에 이르는 대출금을 회계 상 투자미수금으로 처리하는 편법을 사실상 숨기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윈드인포메이션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중국 시중 은행의 회수가능한 투자금(investment receivables)은 총 2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1년 말 3440억 달러에서 6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이 투자미수금이 중국 시중은행 대출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달러화 기준으로 투자미수금 총액은 대출금 총액 대비 20%에 달한다. 2001년 말 이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금을 투자미수금으로 처리하는 이유는 손실을 대비해 자본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미수금의 경우 대손충당금에 대한 규제가 비교적 느슨해 그만큼 기존 대출의 연장이나 신규 대출에 나설 여유가 생긴다. 금융업계 관계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중소은행들의 대출금 숨기기가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UBS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사회융자 총량의 여신 항목에서 최대 2조4000억 달러가 사라졌다. 사회융자총량은 은행 대출과 채권 발행, 그림자은행 대출 등을 포괄해 실물경제에서의 유동성 총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처럼 통계상에 큰 격차가 발생한 것은 시중은행들의 그림자 금융 회사들을 이용해 대출금을 투자미수금으로 돌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UBS 측의 주장이다.
UBS의 제이슨 베드포드 애널리스트는 “중국 감독 당국이 회수 가능한 투자금을 여신으로 분류하도록 하면 은행권은 2120억 달러의 자본을 신규로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 은행권이 신규 조달자금 총액인 2620억 달러에 맞먹는 규모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도 지난 9월 시중은행들의 이런 편법은 숨겨진 신용위험이라며 향후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중국 은행감독 당국은 시중은행들에 실제로는 대출에 해당하는 투자자금에 엄격한 회계 기준을 적용토록 유도하려 했지만,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우려한 듯 주춤거리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특히 금리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수익을 창출하려면 대출금을 숨길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을 투자미수금으로 처리해야만 예대마진이 큰 부동산 업자들이나 지방정부가 세운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장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