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비상장 계열사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 42.11% 전량을 장남을 비롯해 사위 등에게 물려주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재계는 이번 증여가 장남의 경영 승계를 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CJ측은 그룹 승계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5일 보유 지분 전량을 장남인 이선호 씨와 장녀 이경후 씨, 사위 정종환 씨 등에게 증여했다. 이선호 씨는 49만8000주(13.11%)를 증여받아 지분이 종전 37.9%에서 51.0%로 늘었다. 또 이경후 씨는 20.0%에서 24.0%로 늘었고 지분이 없던 정종환 씨가 15.0%로 새롭게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이 회장의 조카 이소혜ㆍ호준 씨도 각각 5.0%씩 증여받았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씨는 현재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와 CJ E&M 지분 0.68%를 갖고 있다. 이선호 씨는 지주회사인 CJ 주식은 단 한 주도 없어 경영 승계의 지렛대로 씨앤아이레저산업과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줄곧 있었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 회장이 인천 옹진군 덕천면 소재 굴업도에 골프장과 호텔 등 관광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2007년 설립한 부동산관리 업체다. 당시 CJ그룹은 3910억 원을 들여 굴업도에 복합레저타운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골프장과 요트장, 관광호텔 등을 갖춘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수천억 원을 들이는 만큼 리스크가 있었으나, 단번에 회사의 자산 가치를 부풀릴 수 있는 사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굴업도 개발은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 반대에 가로막혔다. 인천시는 2009년 환경문제 등의 이유로 개발 사업에 대한 심의 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무산됐고 현재 사업은 진전이 없는 상태다.
굴업도 사업이 무산되면서 회사의 재무상태는 좋지가 않다. 작년 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471%에 달하며 누적된 적자로 결손금이 쌓이면서 납입자본금 190억 원 대비 자본총계가 98억 원으로 일부 자본잠식 상태다. 부채총계 460억 원 중 450억 원이 외부 차입금이다. 굴업도 사업의 실패를 비롯해 회사가 CJ건설과 함께 2008년 주택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화성봉담PFV에 투자한 자금을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회수하지 못하고 손실 처리한 영향이 컸다.
이선호 씨가 경영 승계에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지분을 활용하려면 굴업도 사업을 추진하려던 것처럼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 이 회사는 줄곧 CJ그룹 계열사 간 부동산 관리와 임대사업을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오너 일가 개인 회사라는 한계가 있어 그룹 내 계열사의 지원을 바라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이에 작년 12월 말에는 관련 사업을 관계사인 CJ건설에 131억 원에 매각하면서 계열사 밀어주기라는 굴레에서 벗어났다.
아울러 그룹 내 사업들과 연관성이 없는 SG생활안전(옛 삼공물산)을 지난해 160억 원에 인수함으로써 회사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SG생활안전은 방독면 및 고무제품 제조업체로 지난해 435억 원의 매출에 1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이다. 작년 12월 한화그룹의 에스엔에스에이스로부터 보안사업 수행과 관련된 자산ㆍ부채를 인수하며 보안사업에도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