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직전인데... 한은에 쏠리는 인하 압박

입력 2016-12-09 08:24 수정 2016-12-0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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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전경(한국은행)
▲한국은행 전경(한국은행)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는 인하 압박 강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이달 초 예산안을 확정하며 경기 부양의 공을 한국은행으로 떠넘긴 가운데, 정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통화정책이 보다 완화적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을 냈다.

이어 정부는 ‘그린북’을 통해 국내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에둘러 한은에 부담을 안겼다. 미국의 금리 결정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일주일 앞둔 한은으로서는 불편한 모양새가 역력하다.

지난 7일 KDI는 대내외 여건 변화가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향후 국내 장기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에 상승할 정도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지 못하면 실질 금리가 상승해 경기 전반에 위축될 수도 있다”며 “국내 통화정책이 보다 완화적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책 연구기관이 사실상 한은에 추가 금리 인하를 압박한 셈이다.

이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확정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400조 원을 넘는 예산안은 ‘슈퍼예산안‘이라 불리지만 경기를 끌어올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속을 뜯어보면 내년 예산안은 추가 경정을 포함한 올해 예산보다 0.5% 남짓 증가한 데 불과해 실제로는 긴축 재정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내년 예산안 증가율 3.7%라는 숫자는 올해 예산안에서 추경을 뺀 숫자와 비교한 것으로 사실상 긴축재정에 가깝다”며 “거둔 세금보다 적게 쓴다는 점에서도 확장적 재정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게다가 전날 기획재정부는 12월호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국내 생산과 투자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회복세가 다수 둔화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예산안이 확정됐지만, 경기 부진을 강조하면서 경기 부양의 공을 한은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한은의 한 간부는 “정부의 산하 기관이 이런 식으로 타 기관에 직접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이 대내외 문제가 산재한 가운데, 이번 금통위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불편해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압박과는 달리 한은이 이번 12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인 높다는 평가다.

금리를 내리자니 13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우려된다.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낮출 경우 가계 빚의 주범으로 전락하는 점이 부담이다. 금융당국이 수차례 가계부채 대책과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엇박자를 낼 수도 없다. 게다가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도 골칫거리다.

그렇다고 금리를 마냥 올릴 수도 없다. 트럼프의 경기부양 정책 기대로 국내외 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최고 5%까지 급등했다. 한은마저 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며 2금융권까지 내몰린 한계가구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구조조정이 한창인 해운ㆍ조선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내 경기 부진 우려에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쓰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한은이 현재 취할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한은은 7일 ‘내년 채권 및 주식시장 전망에 대한 금융시장 참가자 모니터링 결과’를 내놨다. 한마디로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트럼프노믹스 등 대외요인이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국내 실물경제 상황 등 대내요인은 금리 하향 안정 요인으로 작용해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어느 때보다 ‘동결’ 예상이 높아진 가운데, 오는 15일 한은 금통위는 정례회의를 열어 12월 금리 결정에 나선다. 다행인 점은 같은 날 미국의 FOMC 결과가 발표된 직후 회의가 열린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인상, 한국 동결이라는 답안을 미리 만들어놓은 가운데, 옐런 의장과 이주열 총재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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