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극심한 수주가뭄 속에서도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눈앞에 뒀다.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덕이다.
9일 조선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615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주 가뭄으로 인해 매출액(38조7293억 원)은 전년 대비 16%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인건비를 줄이면서 순이익 역시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똑같은 환경에 놓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1027억 원, 2295억 원의 영업손실로, 연이은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대조된다.
무엇보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고정비 절감이 1조 클럽 가입의 원동력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500명, 올해 1660명 등 총 3160명의 인력을 내보내며 몸집을 줄였다. 2014년부터 수주한 선가 물량이 매출로 인식된 것도 호재다. 현대중공업의 상선 영업이익률은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4%대 중반을 유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유가 안정으로 인한 현대오일뱅크 등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상황에서 더 이상 고정비 절감으로는 실적 개선을 이어가기 어렵다. 1조 클럽 타이틀을 유지하려면 수주 물꼬가 터져야 하지만, 일감은 여전히 바닥이다. 영국의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의 신조선 발주 척수는 각각 586척, 790척으로 예상된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20년간 선박 발주 척수가 연평균 2220척인 것을 고려하면 내년 선박 발주량은 평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연초 제시한 자구안에는 내년 업황 회복이 가시화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며 “구조조정 방안이 틀어지게 되면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도 고전이 예고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