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무총리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9일 오후 3시 국회에 상정되는 박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될 땐 헌법 71조에 따라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처리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워 어떤 입장을 밝히기가 부담스럽다”며 “다만, 탄핵안 가결로 인한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총리실은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통령 권한 대행을 행사했던 고건 총리의 사례를 연구하고 관련 법령 등을 찾아서 메뉴얼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고건 총리는 대통령 권한 대행의 첫 업무로 전군에 지휘경계령을 지시했다. 고 전 총리는 또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경제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메시지를 각 외교사절에 전하라고도 주문했다.
이에 따라 황교안 국무총리는 탄핵 가결 시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비한 군과 경찰에 경계태세를 강화하도록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국무회의와 별도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외교·안보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황 총리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차 총리·부총리 협의에서도 “어려운 국정 상황을 틈타 북한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큰 만큼 사이버 안보 체계를 철저히 점검하고 빈틈없는 대응태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황 총리는 엄중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금융시장과 대외 신인도 등을 챙겨줄 것을 당부할 방침이다.
총리실은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대국민 담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화에는 ‘정국 혼돈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에게 죄송스럽다’는 뜻을 전하고 ‘혼신을 다해 국정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더라도, 정부청사 내의 총리집무실에서 주로 머물면서 업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