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맡은 고건 전 총리의 사례를 가이드라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고 전 총리는 “몸을 낮춘 행보를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극적인 권한 행사를 뜻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 전 총리는 권한대행 업무를 수행하면서 직접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또 국가보훈처 차장과 외교안보연구원장 등 차관급 인사를 했지만, 총리실이 아닌 청와대에서 발표하도록 했다.
이처럼 권한대행이 국민에게서 선출된 자리가 아닌 만큼, 황 총리 역시 최소한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무조정실은 현재와 같이 중앙행정기관에 대한 지휘·감독, 정책 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할 전망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권한대행 보좌체계로 전환돼 외교, 안보, 국방, 치안 등 분야에서 황 총리를 보좌하게 된다.
황 총리는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전날 예정된 일정을 수행하면서 전 내각이 흔들림 없이 주어진 소임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군뿐만 아니라 정부 전반에 걸쳐 보안 유지와 관리가 철저히 이행되고 있는지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정무적 성격이 강한 업무보다는 주로 국방과 안보에 집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 총리는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청와대가 아닌 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을 이용하면서 국무회의 등 업무를 챙길 예정이다. 올해 53번 열린 국무회의 중 박 대통령이 주재한 15번을 제외하면 거의 다 황 총리가 주재한 바 있다. 다만 청와대 내부의 수석비서관 회의 등을 주재하는 데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학자 등 법조계에서도 선출직이 아닌 권한대행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