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최중경 “분식회계는 살인행위, 징역50년도 마땅”

입력 2016-12-09 11:34 수정 2016-12-0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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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분식회계 계좌추적권 인정해야, 지정감사제 확대·최저보수 한도설정 제도는 함께 가야

▲최중경(60)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통상적인 감리 절차로 잡아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다”며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계좌추적은 필요한 범위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일 충정로 공인회계사 본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줄곧 ‘기업 회계 투명성 강화’, ‘회계 감사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이동근 기자 foto@
▲최중경(60)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통상적인 감리 절차로 잡아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다”며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계좌추적은 필요한 범위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일 충정로 공인회계사 본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줄곧 ‘기업 회계 투명성 강화’, ‘회계 감사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이동근 기자 foto@

최중경(60)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의 어깨는 무거워 보였다. 그는 “회원의 기대가 많으니깐 결과가 없을까 봐 걱정이다. 부응을 해야 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 말을 할 때 최 회장은 상대방의 눈보다는 바닥을 찬찬히 응시했다.

이달 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공인회계사회 본관 2층에서 만난 그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자 “죄송하다”며 “네, 최중경입니다” 하고 전화를 받았다. 협회장인 그에게 스마트폰은 회원들의 지지를 높이는, 또는 유지하는 창구다.

최 회장은 관료 시절, 국가의 외환·산업 정책을 맡았다. 공인회계사회는 정부 부처보다 작은 조직일지언정 투표로 뽑힌 선출직은 그에게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6월 22일 열린 총회에서 4911표 중 3488표(71%)를 받아 당선됐다. 회계사 자격증이 다른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을 타개하자는 회원들의 열망이었다.

표의 무게. ‘선출직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는 왜 투표를 하는 것인지’ 근본 물음이 되새겨지는 시기이기에 그의 어깨가 가볍다면 되레 이상할 터다.

△이달 셋째 주쯤에 금융위원회에서 회계제도 개혁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대략 그때쯤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치 상황이 위중하고 국면이 커지다 보니 솔직히 회계 감사 제도로 목소리를 크게 내기가 위축된 감이 없지 않다. 그렇긴 해도 이것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아주 중요한 과제다. 지금 3년 연속 경제가 2%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성장률이 낮을 이유가 없다. 불투명한 기업 회계와도 연관이 있다.”

△장관 할 때보다 지금이 더 바쁜 거 같다.

“회계 투명성 확보란 게 그만큼 굉장한 이슈 아닌가. 얼마 전에 상장사 기업에서 사장을 하다가 그만둔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회계 제도는 꼭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더라. 자기도 사장을 해 보니깐 기업이 ‘갑’이고 외부감사를 해주는 회계사는 완전 ‘을’이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 걸 알게 되니 자기네 회사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다른 회사로부터 입찰을 받으면 그때 첨부되는 재무제표를 못 믿겠다고 했다. 한 상장사에서 CEO를 했던 친구의 얘기니깐 이거야말로 생생한 현장 증언이다.”

△회계 부정이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처벌해야 하나.

“회계 제도 개선이 우선이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정비되면 회계 부정에 대한 처벌 강화를 강조할 것이다. 기업이 됐든, 회계사가 됐든 분식회계와 같은 부정을 저질렀다면 50년 정도의 징역형을 가해야 된다. 다시는 살아서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 특히 상장 기업의 분식회계는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다.

왜 살인 행위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상장사의 회계부정 문제는 아주 광범위한 사람들한테 엄청난 충격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게 살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 행위와 똑같다. 많은 사례를 봤다. 우리 앞집에 살던 사람도 외환위기 때 은행주가 100분의 1로 감자되면서 휴지 조각이 되니깐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다.”

△취임 후 회계 제도 개선을 강조했는데, 회계법인의 관리 문제도 있다.

“회계사들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고의나 중과실이 있으면 개인도 혼을 내야 하지만, 해당 법인의 대표도 책임이 있으면 처벌하는 게 맞다. 대표가 윤리교육을 실시하지 않았거나 회계 품질을 높이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지속했지만 개인의 일탈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대표까지 처벌하는 것은 연좌제다.”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감리를 할 때 계좌추적권을 가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계좌추적은 필요한 범위에서 인정하는 게 맞다. 그래야 회계 부정이 있는지 알 수가 있다. 통상적인 감리 절차로 잡아낼 수 있는 부분은 100% 보장이 안 된다. 보장이 안 되는 사각지대를 잡기 위해서는 계좌 추적을 해야 한다.”

△회계학회에서는 장기 과제로 우리도 미국처럼 PCAOB(상장사회계감독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다.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가 기업을 들여다보는 곳이라면 PCAOB 회계법인 등의 감리품질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 둘을 이원화할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고민을 해야 한다. 한국판 회계감독위원회를 만든다면 회계사만 2000명은 더 뽑아야 할 거다. 재원 마련의 문제도 있다. 그렇다면 작게 시작해서 점차 조직과 업무 영역을 넓히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취임 이후 지정감사제의 확대와 감사보수 최저한도 설정, 이 두 가지를 강조했다. 근데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어느 것을 선택하겠나.

“글쎄…, 둘 중 하나만 선택하게 되면 제도가 제대로 안 된다. 둘 중에 하나만 제도 개혁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자. 만약 감사보수 최저한도만 있으면 돈은 어느 정도 받지만, 갑을 관계는 개선될 수 없다. 반면 혼합수입제(자유감사제 + 지정감사제)만 하면 자유 수임 기간에는 지금의 보수 하락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두 제도가 함께 갖춰져야 회계가 바로 설 수 있다.”

△학계에서 말하는 자유감사제 6년 + 지정감사제 3년이 제일 적정하다고 보나.

“그렇다. 우리가 1983년에 처음 자유수임제를 도입할 때는 기업 지배 구조는 개선될 것이란 전제가 있었다. 그런데 개선이 잘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지정감사제를 가미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가미하는 요수가 본체보다는 클 수 없으니 2대 1 정도인 6년 + 3년이 적정하다고 본다. 기업은 지정감사제가 있으니 갑질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회계사도 지정하다가 자유수임제를 해야 하니 이들도 갑이 아닌 거다. 누구도 갑이 아닌 상태, 서로 간에 세력 균형이 생기게 된다.”

△언론 홍보도 많이 하는 거 같다.

“언론이 어떻게 나오는냐에 따라 관료든, 정치권이든 움직이게 된다. 탄핵도 마찬가지다. 이 사안을 만약 언론에서 보도를 안 했다고 가정하면 지금의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언론이 지켜주면 결국 정치도 국민의 목소리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회계도 젊은 기자들이 회계업계와 기업, 금융당국 등 여러 이해 관계자의 말을 모두 들어보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기업의 반발은 어떻게 해야 하나.

“길게 보면 기업에도 이익이다.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와서 지켜본다고 하면 긴장하기 마련이다. 큰 부정을 할 엄두를 못 낸다. 기업주 입장에서도 외부감사를 잘 활용하면 회사 규율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경영학적으로 보면 대리인 비용을 줄이는 거다. 결국 회사 경영은 여러 업무를 전무, 상무, 부장, 대리 등의 직급을 가진 이에게 위임하는 건데, 이를 대리인 비용이라고 한다. 외부감사가 강화되면 이러한 대리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리인 비용을 줄였나

“지금 상황을 대리인 비용을 적용해서 보면, 박 대통령의 뜻과 관계없이 주변 사람이 자가 발전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면 대리인 비용을 치르는 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면 이는 대리인 비용과는 상관없다.”

△최경환 의원이나 조원동 전 수석은 난처한 입장인 것 같은데.

“최경환 의원은 아직 혐의 받은 게 전혀 없다. 거기까지 확대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조 전 수석은 참 안타깝다.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데…. ‘과거에 청와대에서 다른 기관장으로 먼저 움직였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최중경 회장은

최중경(60)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최틀러’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그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시절 환율주권론을 펼치며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에서는 그에게 “히틀러 같다”며 최틀러란 별명을 붙였다.

최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78년 2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 금융정책과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차관 등을 역임한 경제 관료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에는 지식경제부 장관을 맡았다.

그는 관직 생활에서 물러난 뒤인 2011년부터 3년 동안은 미국 워싱턴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방문 연구위원을 지냈다. 이때의 경험을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책에 담았다. 최 회장은 이 책에서 중국과 미국의 외교 관계 전략,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 등을 다뤘다.

그는 지난 6월 23일 제43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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