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총자산 6조2000억, 21개 계열사 둔 재계 12위 올라
IMF 외환위기로 주요 계열사 잇단 매각 혹독한 구조조정
주력 한라건설 및 목포신항만, 한라에이앤티등 7개 계열사
오너 정몽원 회장, 한라건설 지분 16.5%로 지배기반 갖춰
주력 기업들의 경영권을 잇따라 넘기는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현재는 한라건설을 중심으로 7개 계열사로 줄어드는 등 외형은 크게 축소됐다.
하지만 착실히 성장하며 시공능력평가순위 32위(2007년 기준)의 종합건설업체로 우뚝 선 한라건설을 기반으로 부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 초석
한라그룹은 ‘왕회장’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이 황무지에서 일궈낸 그룹이다.
한라그룹은 정 명예회장이 1962년에 세운 현대양행에서 출발한다. 이 때는 정 명예회장이 ‘왕 회장’과 함께 현대건설의 초석을 다질 때였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1976년 현대건설 사장직을 내놓고, 현대양행은 80년 정부의 산업합리화 조치에 따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으면서 그룹을 중공업을 중심으로 구성하게 된다.
이후 시멘트와 건설, 조선소, 제지, 자동차 부품, 중장비 등을 생산하는 기업을 잇따라 설립하면서 한라그룹은 장치산업 중심의 그룹으로 우뚝 섰다.
1996년에는 자산 6조2000억원, 매출 5조3000억원, 종업원 2만여명이 딸려 있는 재계 12위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계열사만도 만도기계, 한라중공업, 한라건설, 한라시멘트 등 21개사에 달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주력 기업들의 경영권이 외자유치를 통해 줄줄이 넘어갔다. 이에 따라 현재는 주력사인 한라건설을 기반으로 그룹의 명맥을 잇고 있다.
◆한라건설, 시공평가 32위 종합건설업체로 성장
1980년 5월 설립된 한라건설은 도로ㆍ터널ㆍ지하철ㆍ항만ㆍ준설 등의 토목공사, 업무용ㆍ상업용 공공건물 등의 건축공사, 폐기물처리ㆍ상하수도처리시설 등의 환경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특히 자체브랜드 ‘한라비발디’의 아파트 사업을 비롯, 빌라ㆍ주거용 오피스텔 등의 주택사업을 벌이고 있는 시공능력평가순위 32위(2007년 기준)의 종합건설업체다.
한라건설은 지난 2005년 매출 8491억원, 영업이익 85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및 금융정책 강화 등에 따른 주택시장 불안과 토목부문의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시행 등으로 매출은 8510억원, 영업이익은 416억원을 나타냈다. 올 상반기까지는 각각 3862억원, 21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말 현재 총자산은 8818억원에 이른다.
한라그룹은 현재 한라건설을 비롯, 목포신항만ㆍ제2목포신항만(항만시설운영), 한라에이앤티ㆍ우리만(자동차부품제조), 한라아이앤씨(경영컨설팅), 한라(천진)방지산개발유한공사(부동산개발)등 7개(8월2일 기준, 청산완료 및 예정기업 제외) 계열사를 두고 있다.
◆고 정인영 명예회장 차남 정몽원 회장 경영권 승계
한라건설은 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계열사들의 사실상 지주회사 노릇을 하고 있다. 목포신항만 80.0%를 비롯, 제2목포신항만 100.00%, 한라아이앤씨 46.67%, 한라에이앤티 70.0%, 한라(천진)방지산개발유한공사 100.00%, 우리만 100.00%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한라건설그룹은 정 명예회장이 지난해 7월 별세한 후 차남인 정몽원(52) 한라건설 회장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1997년 1월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자리를 물러나면서 차남 정 회장(당시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후계 구도를 매듭지었다. 정 회장은 서울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라건설은 정 회장이 전체 주식의 16.47%(158만6천780주)를 소유해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다. 이어 한라시멘트 7.96%, 학교법인 배달학원 2.20%, 정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정몽원 회장의 형인 정몽국(54) 전 한라그룹 부회장 0.92%로 구성돼 있다. 정 전 부회장은 현재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만도 지분 우선매수청구권 보유 관심
정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한라건설 지분을 통해 한라건설그룹의 지배기반을 갖춰놓고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한라건설그룹이 옛 명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계열사인 만도 지분매각 당시 만도 주식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다.
만도는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이 1조4105억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다. 2005년 매출은 1조6268억원, 2006년에는 1조5822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도 각각 1595억원, 883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만도의 최대주주는 JP모건, 어피니티캐피탈이 합작설립한 선세이지로 73% 지분을 갖고 있다. 한라건설과 정 회장은 만도 지분을 18.5%나 갖고 있다. 임직원 지분도 8.34%나 된다. 한라건설그룹이 만도를 인수한다면 옛 한라그룹을 복원할 단초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