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2016년은 한국 최악의 해…정치·경제·기업 분야 3중고가 나라 흔들어”

입력 2016-12-1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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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희망 보이지 않아”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 해를 시작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에 이르기까지 2016년은 격동의 현대사를 가진 한국에서도 매우 보기 드물게 각종 사건으로 꽉 찬 한 해였으며 정치와 경제, 기업 분야에서의 3중고가 나라 전체를 뒤흔든 해였다고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에 올해는 기업들의 실패와 정치적 스캔들, 경제적 침체로 점철돼 글로벌 산업강자로 부상하게 했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나타난 해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최근 수주 간 정치 엘리트와 한국 거대 재벌 일가의 결탁이라는 한국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쏟아지면서 수십 만 명이 매주 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몰락을 촉발한 계기는 바로 비선 실세인 최순실의 막강한 영향력, 국내 거대 재벌이 연루된 스캔들이다. 검사들이 재벌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으며 국회의원들은 재벌들에 최순실의 재단에 막대한 기부를 한 이유를 추궁했다.

한 대학생은 지난 9일 촛불시위 도중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운 기분”이라며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다. 나와 같은 젊은 세대는 너무 실망해서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한국인은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는 물론 경제성장이 너무 둔화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스캔들이 정말로 사람들을 격분시켰다. 지난 수년간 참아왔던 분노가 분출됐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과 자녀들을 위한 희망이 한국에서 전혀 보이지 않아 거리로 나섰다”며 “정경유착이 이전부터 있었지만 사람들은 기업이 커지고 좀 더 경쟁력을 갖추면 일자리도 많아질 수 있다는 기대에 이를 눈감아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용인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 어두운 면이 부각되면서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탄핵안 통과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선거 기간을 고려하면 황 총리는 최대 8개월간 권한대행 직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김광두 교수는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계속되기 때문에 경제에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재벌들은 최순실 스캔들이 터지기 전에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계속되는 핵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중국 수요 둔화 등으로 기업들은 타격을 받았다. 개성공단 철수로 1조 원 이상의 투자가 휴짓조각이 됐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수출 증가율은 최근 23개월 중 21차례나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지난 8월 한국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 9월 12년 만에 전면 파업에 들어가 약 14만 대, 금액으로는 3조 원 이상의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최순실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7%에 불과하다며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5년 연속 성장률이 3.5% 밑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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