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세계 최대 맥주업체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로부터 동유럽 5개국 맥주 브랜드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1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인수 규모는 약 9000억 엔(약 9조1116억 원)으로 일본 기업의 해외 맥주업체 인수로는 사상 최대라고 신문은 전했다.
잇따라 대형 인수ㆍ합병(M&A)을 성사시켜 유럽에 발판을 구축하고 해외시장 기반을 확고하게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사히는 지난 10월 AB인베브와 합병한 사브밀러의 유럽 고급 맥주 브랜드 페로니와 그롤쉬, 민타임브루잉 등을 3000억 엔에 인수했다.
이번에 아사히가 사들이기로 합의한 대상도 사브밀러 산하의 체코와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의 맥주사업이다. 여기에는 체코 유명 맥주 필스너우르켈도 포함됐다.
서구 사모펀드와 중국 맥주업체도 응찰했지만 아사히가 제시한 금액이 가장 높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치열한 인수전을 거치면서 당초 5000억 엔으로 예상됐던 인수가가 크게 뛰었다. 아사히는 보유 현금은 물론 차입을 동원해 인수자금을 조달해 내년 봄까지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아사히가 인수할 사업체 매출 규모는 총 2000억 엔에 이르며 각국에서 시장점유율은 모두 30%를 넘는다. 특히 슬로바키아에서의 2위를 제외하면 4개국에서 1위를 자랑하고 있다. 높은 점유율로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아사히는 기대하고 있다.
아사히는 주력 맥주인 ‘슈퍼 드라이’의 해외시장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10월에 인수한 브랜드들을 거점 삼아 2018년 현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지 유력 브랜드 판로를 활용하면 슈퍼 드라이 미개척 지역에서 판매를 확대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현재 아사히 매출에서 해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로 30% 이상인 기린홀딩스에 뒤처져 있다. 일본 맥주시장은 계속 위축되고 있어 향후 큰 성장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해외진출만이 살 길이라는 평가다.
현재 글로벌 맥주시장은 사브밀러를 품에 안은 AB인베브가 약 30%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각국에서 서로의 파이를 빼앗기 위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현지 양대 국영 맥주업체인 사베코와 하베코 매각을 결정하면서 아사히와 기린, 유럽 업체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다만 이번 인수가 회사 재무에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우려에 이날 도쿄증시에서 아사히 주가는 4.6% 급락한 3497엔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