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단행한 해외 인수ㆍ합병(M&A) 시너지를 내년 초 본격화한다.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선택한 신사업 성과를 하루빨리 시장에 공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자체 연구개발(R&D)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M&A를 통해 추진한 사업이 시간 절약이나 성과 측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M&A를 진행한 기업과의 다양한 협업 성과를 내년 초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내년 1월 8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2017 노스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오토쇼(NAIAS)’에 참석한다. 디트로이트 오토쇼는 북미 최대 자동차 전시회이자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사 부스를 따로 마련하는 대신 지난달 인수한 미국 전장부품사인 ‘하만’의 이름을 앞세운 부스를 통해 카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한 자사 전장부품을 공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직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먼저 소비자들과 고객사에 삼성과 하만의 시너지를 확고히 보여준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 삼성전자는 같은 달 10일부터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주방ㆍ욕실 전시회 ‘KBIS 2017’에서 ‘데이코’와 함께 만든 슈퍼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을 공개한다. 지난 8월 ‘데이코’ 인수 후 4개월 만에 양 사가 협업해 만든 첫 제품이다. 브랜드와 성능, 디자인까지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행사는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가 지휘한다. 사내 가전 핵심 경영진과 북미 마케팅 담당자도 현장에 대거 집결한다. 업계는 데이코가 강점을 가진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융합한 제품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비브랩스의 인공지능 서비스도 내년 초 출시될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8’에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AI 플랫폼 스타트업 비브랩스를 인수하면서 이 회사가 보유한 AI 기술을 자사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브랩스는 애플의 음성인식 비서 ‘시리(Siri)’를 개발한 핵심 인력들이 만든 기업이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갤럭시S8이 첫 AI 플랫폼이 될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소통할 수 있는 홈 어플라이언스로서도 작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인수한 조이언트의 역량을 활용해 자체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를 통해 더욱 효율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웨어러블 등 모바일 기기 간 연동과 함께 사물인터넷 관련 부분과 연동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수한 루프페이를 통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치적 이슈로 글로벌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만큼, 대형 M&A 효과를 널리 알리며 사업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