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현장의 목소리에 따뜻한 손길을

입력 2016-12-14 10:45 수정 2016-12-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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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산업 현장에선 ‘쓸 만한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설상가상 제조 현장에선 숙련된 기술자들이 산업 현장을 하나둘 떠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일찍부터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오랫동안 고심해왔다. 매년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산업기술 인력수급동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지난해 말 기준 12대 주력 산업의 산업기술 인력은 105만7310명으로 전년(2014년)보다 1.5% 늘었다.

산업기술 인력이 소폭 늘어났지만, 주력 산업 중 특정 분야의 인력 감소를 보다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조선, 철강, 자동차 같은 한국 경제의 등뼈 역할을 하는 업종에서 인력의 감소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전년 대비 조선은 6만7064명으로 3.9%, 철강은 6만9340명으로 2%나 줄었다. 자동차는 11만5621명으로 1.4%, 반도체는 9만492명으로 0.7%, 디스플레이는 4만9401명으로 0.2% 감소했다.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핵심 곳간에서 일할 사람들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산업기술 인력의 고령화도 진행 중이다. 산업기술 인력 현원 중 50세 이상 장년층의 비중은 14.7%로, 2012년 13.2%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산업기술 인력의 고령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중견 규모 사업체의 부족률은 2.9%로, 대규모(500인 이상) 사업체 부족률 0.4%보다 7배 이상 높다. 통계적 분석 결과를 접하면 ‘역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이 이렇게 나타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러한 현상은 종이 위 통계지표로만 말하고 있지 않다. 전국 곳곳에 있는 중소·중견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할 때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중소·중견기업 관계자들이 운영상의 어려움이나 고충을 토로할 때 가장 단골로 꼽는 애로사항이 바로 인력 문제였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도 쉽지 않고, 고용을 오랫동안 유지하거나 잘 활용하기도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최근 필자는 지역 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지역 간담회를 매주 개최하고 있다. 11월부터 제주, 충남, 충북, 광주, 대전, 전남, 강원, 경남 등 8곳을 방문했고, 12월 말까지 총 14개 지역을 직접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다.

지난 8일 천안에서 개최된 충남 지역 간담회를 찾은 중소·중견기업 대표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나온 눈치였다. 필자는 그들의 애로 사항에 대해 함께 귀 기울여 들었다. 그리고 해외 마케팅 강화, 글로벌 기술 규제 대응, 컨설팅 지원 확대, 월드클래스 300,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연구인력지원사업 등 KIAT에서 지원하고 있는 제도들을 통한 다양한 해결 방안과 검토 대안을 제시하며 함께 고민했다. 그 결과 돌아갈 때의 그들의 표정은 밝아졌고, 헤어지면서 꼭 다시 연락을 달라고도 했다. KIAT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을 돕고 전문가 파견부터 정보 제공에 이르기까지 패키지 도우미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꼼꼼하게 애로사항을 적고 가능한 조치 내용을 조사해 사후 조치에도 힘쓸 생각이다.

어려움이 많은 시기이지만, 국가의 기초 체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 지원은 흔들려선 안 된다. 어려울 때일수록 현장 수요에 맞게,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기존 지원 정책도 다시 뜯어보고 수요자 중심으로 밀착 지원하려는 KIAT의 노력이 산업기술 인력을 비롯해 각종 지원책 유치에 목말라하는 기업들에 직접적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기에 굴하지 않고, 때로는 단기적인 처방을 고민하고, 근본적으로는 100년을 내다보는 마음으로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발 한발 착실히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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