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4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나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국정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여야정 협의체 수용 요구에는 즉답을 피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황 권한대행은 국회와의 소통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그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로 정세균 국회의장을 방문해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은 “마침 정치권에서 국정 협의체를 제안해 그것을 활용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자는 제안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황 권한대행이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국민들이 우리 국회와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잘 소통하고 협치해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경제를 활성화하라는 것”이라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국회와 정부가 잘 협조해서 국민의 뜻을 받들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 의장의 발언에 황 권한대행은 “어렵고 엄중한 시기에 무거운 책임을 맡게 돼 정말 힘들다”고 말문을 열며 즉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 뜻을 엄중하게 잘 받들고 국정 전반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 대표자이신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국회의원들과 충분히 소통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만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황 권한대행이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여ㆍ야ㆍ정 협의체를 두고 여전히 고민을 이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협치를 위해 적극 대화에 나서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국정 운영의 두 축인 정부ㆍ여당 가운데 여당이 무너진 상황에서 정부만 단독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국무총리실도 이날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야ㆍ정 협의체 구성 거부에 이어 야 3당 대표와의 면담에도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국회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고민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총리실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야당을 포함한 입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황 권한대행이 지난 9일 권한대행 직무를 맡은 이후 국회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정 의장과의 만남은 황 권한대행 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황 권한대행은 또 “국회의장님께서 리더십을 바탕으로 지난 정기국회에서 어려운 예산안이 적기에 잘 처리되고, 법률안도 상당히 많이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장께서 역점을 두고 진행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제화도 성과가 있었는데, 노력하고 진정성이 통하면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저런 전반에 있어 의장과 국회의원들의 뜻과 충분하게 소통하면서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여러 말씀을 드리기 쉽지 않지만 제 뜻을 담아서 의장님을 뵙자고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