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순실 게이트' 강제모금과 어버이연합 관제시위 지원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해체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해체하지 않는 이상 정부 차원의 강제 해체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경련은 15일 쇄신안 마련을 위해 비공개 간담회를 연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간담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회원사 의견을 듣고 내년 2월 정기총회에서 향후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민법 제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에 사업을 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민간단체를 강제로 해체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다. 검찰 조사 결과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에 774억 원 상당의 출연금을 강제 모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같은 혐의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을 강제 해체하기에는 법리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차원의 해체가 가능하려면 전경련이 ‘목적 이외의 사업’, 혹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상 법인의 사업 목적은 주관적인 의사가 아닌 사업 자체의 성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전경련 측이 강제모금 의도가 있었는지를 떠나 '국가 문화산업발전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면 이 요건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법인의 일부 임원진이 단체를 불법으로 운영한 경우에도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사례도 있다. 불법행위가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등 공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법인활동을 강제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국가가 민간단체를 해체할 때는 조건을 엄격하게 봐야한다”며 “일부 임직원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해서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무엇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인지도 불분명하고 이런 조항에 대해 법원은 엄격하다”며 “(산자부가) 법 적용을 할 수는 있겠지만 법정에 오면 상당히 논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다. 특검에서 전경련이 조직 차원에서 대기업에 강제모금을 했다는 등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언론을 통해 나온 의혹만으로는 조항 적용이 쉽지 않다”면서도 “특검 수사나 관련 재판을 통해 사실이 확인되면 법 적용이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