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맹탕 청문회, 제도 바꿔야

입력 2016-12-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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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정치경제부 기자

“내가 이러려고 국회의원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최근 한 초선 의원이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고 호소한 박근혜 대통령의 2차 대국민담화 발언을 패러디하면서 최순실 청문회의 무기력함을 지적한 것이다.

그간 진행된 청문회는 한마디로 ‘맹탕’이었다. 의욕만 앞선 국조위원들은 발뺌으로 일관하는 증인들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여야 위원 대부분은 이미 밝혀진 의혹을 다시 꺼내거나 본질과 동떨어진 질의를 하기 일쑤였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똑같은 질문과 뜬금없는 윽박지르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충분했다. 출석한 증인들은 하나같이 “모른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엉망이 돼 버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의 민낯을 국민들에게 여과 없이 보여줬다. 진실을 밝히진 못했지만, 최소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짐작케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 청문회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출석하는 증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정부가 기밀 등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해 청문회 실효성을 높이자는 주장이 많다. 실제 국회에는 증인의 국회 동행명령 거부 시 기존 벌금형에서 징역형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의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다만 이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당이 정부를 감싸고 도는 데다 일부 다선 의원들은 청문회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우리 때는 더 열악했다”며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무산된 전례가 있다.

그러나 국회가 이런 태도를 보일수록 청문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실망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문제들을 뜯어고쳐 내실 있는 청문회를 만들고 국회의 권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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