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올해 1월만 해도 내년 성장률을 3.2%로 예상했다. 하지만 4월에는 3.0%, 7월에는 2.9%. 10월에는 2.8%로 점차 낮춰왔다.
이 총재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내외 여건의 급속한 변화를 고려하면 향후 성장경로에는 지난 10월 전망치보다 하방리스크가 다소 증대됐다”며 “한 달 동안 지켜보고 1월에 새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제시한 내년 전망치(2.8%)를 하향 조정할 수 있음을 암시한 대목이다.
이처럼 한은이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추려고 하는 이유는 최근 불거진 정치·경제 악재를 새롭게 반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 트럼프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우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 하방리스크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성장전망치를 제시할 때만 해도 하반기 경기에 대해 이렇게 나쁠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하지만 11월 들어 예상과 달리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강력한 ‘보호 무역주의’ 가능성이 대두됐다. 미국이 고립주의를 강화할 경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노무라 증권은 아시아 수출국 가운데 한국이 트럼프 당선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게다가 전날 발표된 대로 미국이 내년 3회 이상 금리를 올려 인상 속도를 높인다면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금리 인상이 신흥국 경기 침체를 유발해 우리나라의 대(對) 신흥국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높다.
내수에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독보적인 성장세로 경제성장을 가까스로 떠받쳐온 건설도 최근 들어 힘이 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 건설투자부터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건설투자는 전월대비 0.8% 감소했고, 9월에는 4.6% 쪼그라들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주택건설 증가세 둔화가 아예 내년 경제성장률을 아예 0.4~0.5%포인트 하락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탄핵 이슈에 따른 국정공백도 추가됐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기간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결정을 연기하면서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까지 최악으로 떨어졌다. 한은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10월에 비해 6.1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 94.2를 기록한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움츠러들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상치 못한 트럼프 당선과 미국 금리 인상 속도, 탄핵여파 등의 불확실성이 우리나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 사태를 반영할 때 (성장률) 감소폭은 꽤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내년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총재는 16일 만찬 회동을 갖고 최근 경제 상황을 논의한다.
이날 만찬에는 이찬우 차관보, 송인창 국제경제관리관, 이호승 경제정책국장, 황건일 국제금융정책국장, 김민호 부총재보, 윤면식 부총재보, 장민 조사국장, 서봉국 국제국장 등 기재부와 한은 고위 관료가 모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