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박 대통령의 첫 답변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17일 헌재에 따르면 박한철 헌재소장과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 이정미·안창호 재판관 등 재판관 상당수와 헌법연구관 등이 이날 출근해 법리 분석에 돌입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이 “탄핵 사유가 없다”며 내놓은 사안별 대응 논리를 분석해 이번 심판의 쟁점을 추리고 이를 토대로 신속심리를 위한 절차를 논의할 방침이다.
또 헌재가 검찰 및 박영수 특별검사로부터 최순실(60·구속기소) 등 관련자에 대한 수사자료를 받아선 안 된다는 박 대통령 측의 ‘이의신청’도 타당성을 따질 예정이다.
전날 박 대통령의 답변서를 제출받은 헌재는 이를 재판관 9명에게 공유했으며 일부 재판관은 저녁 늦게까지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인 이중환(57·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는 전일 답변서 제출 후 기자회견에서 “사실관계 및 법률관계 모두를 다투겠다”며 적극 공세를 예고하고 전면 방어에 나섰다.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직접적 책임과 주권을 ‘비선 실세’에 넘겨 헌법을 위배했다는 주장 역시 부인했다.
이와 함께 헌재는 이번 사건의 신속한 심리를 위해 김헌정 헌재 사무차장을 단장으로 한 ‘탄핵심판 행정지원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지원단은 국내외 심판 관련 자료 수집, 심판 서류 접수·송달, 재판부 요청 자료 마련, 재판관 경호·도청 방지와 같은 보안 강화 등 심판 외 모든 사안의 처리를 맡는다.
헌재 관계자는 “지원단 구성은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나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때도 없었던 일”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헌재 앞에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8차 촛불집회와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의 집회가 열린다. 시차는 있지만, 충돌 가능성이 우려된다.
헌재 청사 내에선 현재 집회 측의 확성기를 사용한 외침이 생생하게 들리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일부 재판관과 연구관은 자료 검토에 지장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른 오전부터 경찰 버스 10여 대로 헌재 청사 주위를 둘러싸고 인근 지하철역 입구에 경비 인력을 배치하는 등 경계 태세 강화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