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가 출범한 지 열흘이 지났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9일 이후 연일 광폭행보를 거듭했고. 그럴수록 야권의 견제 공세는 높아졌다. 사드 배치, 국정교과서, 공공기관장 인사권 행사까지 곳곳에서 마찰음이 터져 나왔다. 황 권한대행과 야당과의 불협화음에 ‘여야정협의체’ 구성도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여 국정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황 권한대행은 19일 국정 현안 점검 및 정책 방향 논의를 위한 제3차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AI(조류 인플루엔자) 후속조치, 동절기 건설·교통 현장 안전 강화대책 등이 중점 논의됐다. 황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각 부처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소관 업무를 추진해 달라”고 당부하며 지난 주말 촛불민심의 ‘퇴진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국정을 챙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는 29일에는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직접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무게를 두면서도 국회와의 ‘협치’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오는 20일 경제 분야, 21일 정치·외교 등 비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할지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 흉내를 내지 말고 국회에 나와 성실히 답하라”고 압박했고, 국민의당도 “불출석 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대정부질문에 참석해도 인사말만 하고 질의응답은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권한대행 측은 “권한대행이라는 신분으로 변경된 점을 양해해 달라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현재 국회와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또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나 한일 위안부 협정 등 박근혜 정부의 기존 외교안보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야권은 “민감한 정책들을 폐지 또는 보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황 권한대행과 야당의 갈등 수위는 고조되면서 황 대행이 제안한 ‘야당과 개별 회동’도, ‘여야정 협의체’ 논의도 사실상 중단됐다. 친박계 원내대표 선출로 여야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 국회 출석 여부에 따라 향후 ‘협치’ 정국의 순항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