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산업계 결산] 호황 업종 실종…절박한 침체기 ‘불황형 흑자’ 연속

입력 2016-12-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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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산업계는 ‘호황 업종의 실종’이라는 말로 정의된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이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본궤도에 진입한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으며, 실물 경기에서는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위기를 초래했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공백 사태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출범에 따른 대미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지난 10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로 추락, 1998년(69.8%) 이래 18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는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위협받는 한 해였다. 주력 수출 품목인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단종 사태로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지난 8월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은 잇달은 발화 사고로 단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10월 단종 이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갤럭시노트7은 총 430만 대다. 이 시기 삼성전자의 3분기 점유율은 19.2%로 1위를 지키긴 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포인트 감소했다. 화웨이 등 중국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 합산(20.7%)에도 처음으로 추월을 허용했다.

자동차 산업은 현대자동차의 내수 부진과 함께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으로 인해 우울한 한 해로 기록됐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총 24차례나 파업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생산차질 14만여 대, 매출 손실은 3조1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파업 손실이 3조 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는 현대차 올 상반기 영업이익인 3조1042억 원과 맞먹는 규모였다.

조선·해운산업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르며 연일 이슈를 이끌었다. 해운업은 반토막이 났고, 조선업은 생사에 갈림길에서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국내 1위 원양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장기 업황 부진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 8월 말 결국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조선사들은 예상에 못 미치는 저조한 수주 실적과 나빠지는 시장 상황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훨씬 혹독한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다.

이밖에 철강은 수익성은 다소 개선했지만, 경기침체와 보호무역 영향 등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정유·화학 역시 저유가에 따른 원가 절감 영향으로 수익성은 개선했지만 매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은 외형은 주는데 이익이 늘어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에 빠졌다. 영업을 잘했다기보다는 구조조정·저유가·저금리 등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로 이익을 냈다는 분석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내수가 부진하고 해외에선 글로벌 무역 감소세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도 크다”며 “당분간 호재가 생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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