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링깃, 외환위기 이후 최저…“신흥국들, 내년 미국발 자본유출 더 심해져”

입력 2016-12-20 09:10 수정 2016-12-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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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트럼프 보호무역주의에 내년 전망 어두워…신흥국 채권펀드서 6주 연속 자금 순유출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신흥국의 외환위기 불안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신흥시장의 자본유출이 내년에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외환시장에서 신흥국의 혼란은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달러화당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이날 4.4805링깃까지 떨어지면서 지난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가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펼쳐 자국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화 가치가 연일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년 금리인상이 세 차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9월 전망보다 한 차례 늘어난 것이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나집 라작 총리가 연루된 부패 스캔들로 이미 지난 2년간 아시아에서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여기에 트럼프 변수까지 겹치게 된 것이다. 링깃화 가치는 미국 대선 이후 약 6% 빠졌다.

다른 신흥국 통화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 달러화에 대해 인도 루피화와 터키 리라화 가치는 최근 사상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지금까지 6.7% 빠져 사상 최대 하락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강달러와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 관측에 신흥국 자본유출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주 신흥국 채권펀드에서 12억 달러(약 1조430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가 6주 연속 자금 순유출을 기록했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올라 달러화 부채가 많은 신흥국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JP모건체이스의 신흥시장채권 수익률은 지난달 중순 6%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FT는 특히 내년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가 신흥시장 자본유출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내년 1월 취임하자마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는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도 흔들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중국이 필리핀 근처 남중국해에서 미국 해군의 수중드론을 나포해 긴장이 고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보고서에서 “브라질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올해 새로운 ‘3대 취약국(Fragile Three)’으로 떠올랐다”며 “이들 3국은 외국인 투자 의존도가 커 내년 신흥시장에 위기가 닥치면 가장 위험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됐지만 남아공과 터키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부채 위기에 가장 쉽게 굴복한 국가들로 베네수엘라와 요르단 아르헨티나 그리스를 꼽았다. SC의 매더 자 서매틱리서치 대표는 “베네수엘라는 호황기에 경제를 다각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2년 전 정점 대비 50%가량 떨어진 현 상황을 다루는 것이 매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과 원자재 가격 회복 등을 이유로 내년에 신흥국이 위기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노무라홀딩스는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면 신흥국 자본유출이 올해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며 “말레이시아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자본통제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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