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살보험금 백서’ 남겨야 할 때

입력 2016-12-20 11:24 수정 2016-12-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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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희 기업금융부 기자

“추가 브리핑보다는 ‘백서’로 남기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며칠 전 금융감독원 직원과 보험업계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경과를 정리하는 브리핑이 필요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다.

올해 보험업계 자살보험금 논란은 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금감원은 약관을 바탕으로 한 보험금 지급 의무를 지적하는 한편, 보험사는 문제가 된 약관을 실수로 표기했다는 등 각자의 논리를 폈다.

지난 5월 금감원의 첫 브리핑 이후 변화는 있었다. 미지급 생보사 수는 14개사에서 3개사(삼성·한화·현대라이프생명)로 줄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미지급사 및 일부 지급을 결정한 교보생명에 대한 제재 수위를 확정해야 하는 단계가 남았다. 제재가 확정될 때까지 보험사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자살보험금 논란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다 보니 금감원 직원 입에서, 보험사 직원 입에서 “내가 다 죽고 싶다”는 토로를 기자 앞에서 하곤 한다. 물론 표정에서는 ‘논란이 지겹다’는 속내가 비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30여 년 전 존슨앤드존슨은 약품인 타이레놀이 잘못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곧바로 3000만여 병이 넘는 약품을 리콜했다. 그러고 나서 문제 원인을 솔직히 밝히고 대응 과정을 공개했다. 이 사건 이후 회사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더 얻었다. 타이레놀 사건은 익히 잘 알려진 소비자 피해 구제 및 기업의 위기 대응 사례다.

제약사와 금융사를 비교하는 것은 타당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한 존스앤드존슨의 자세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자살보험금은 피로감만 쌓이고, 피하고 싶은 논란이 아니다. 금감원, 보험업계 모두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족적이다. ‘기업구조조정 백서’, ‘저축은행 백서’ 등과 같이 문제점, 해결 과정, 대응 방안을 담은 ‘자살보험금 백서’를 남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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