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물] 12월20일 민영은-3·1운동을 ‘경거망동’이라고 한 친일 육영사업가

입력 2016-12-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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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명 편집부 차장

“이곳은 친일파 민영은(閔泳殷)의 후손들로부터 시민 여러분이 지켜낸 우리의 땅입니다.” 충청북도 청주 상당사거리에는 ‘민영은 후손들의 토지에 대한 소송 승소’를 기념하는 시민운동 동판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법무부의 늑장 대응으로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은 이해승(1890.6.22~1958?)의 재산 114억 원을 국고로 환수하는 데 실패해 청산되지 않은 친일재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친일파 민영은(1870?~1943.12.20)은 많은 토지를 보유한 지주이자 기업가로 청주지역 2대 부호로 불렸다. 대한제국에서 괴산군과 청주군의 군수를 지낸 그는 을사늑약 체결 후엔 도 참사에 선출돼 지역 유지로 행세했으며 태평양전쟁 때 거액의 비행기 성금을 헌납하거나 청주신사의 신축을 돕기도 했다.

당시 친일 관료나 지주들은 머슴과 소작농을 끌어들여 반일투쟁을 와해시키려 ‘자제회(自制會)’를 결성했다. 민영은은 청주 자제회에서 3·1운동을 ‘경거망동’이라 표현하고, ‘불온한 자를 곧바로 경무관헌(일본경찰)에 신고하는 자를 회원으로 한다’고 회칙을 정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 땅을 학교 부지로 내놓아 학교 교장을 역임하는 등 육영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그가 1940년에 설립한 은성장학회는 지역 대학생 장학재단으로,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민영은과 함께 청주지역 2대 부호였던 김원근(1886.10.10~1965.12.23)은 반민특위에서 “사범학교 유치운동에서 회장을 맡은 민영은이 중풍으로 외출을 못해, 내가 사실상 회장, 부회장을 겸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민영은이 청주사범 건립에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는 것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의 무덤은 청주 대성동 당산공원에 마련됐는데 1976년에 묘비가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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