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공식 수사를 시작한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삼성을 첫 타깃으로 잡고 국민연금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에 인력을 보내 관련 서류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손실을 감수하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을 찬성했다. 특검은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60) 씨를 통해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가로 수백억 원을 최 씨 측에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대가성을 입증할 경우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뇌물 공여자로 처벌되는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합병의 실질적 수혜자인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팀은 이미 장충기(62)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자아과 박상진(63)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을 사전 면담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형식상으로는 참고인 조사였지만, 피의자로 전환해 형사입건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그동안 뇌물 공여 혐의가 거론된 삼성과 SK, 롯데 등 관계자들을 수사하는 동시에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준비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법에서 정한 20일간의 준비기간을 마치고 이날 오전 9시 현판을 내걸었다. 현판식에서 박 특검은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법과 원칙에 따라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올바른 수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뇌물죄 수사는 윤석열(56·23기) 수사팀장과 한동훈(43·27기) 부장검사가 나서서 수사를 지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인 두 사람은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파악이 뛰어나 대기업 수사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부장검사는 최근까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