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들과 불공정 계약을 일삼은 애플이 우리 정부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국내 진출 후 수차례 제재를 받았지만, 과징금을 토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초 국내 시장에서 불공정 계약을 맺어온 애플코리아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공정위는 올해 중순부터 불공정 계약과 관련해 애플과 이동통신 3사를 조사했다. 당시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애플이 국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계약서를 작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사보고서를 마무리 작업해 내년 초 전원회의를 거쳐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불공정 계약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애플의 국내 이통사들에 소위 ‘광고비 떠넘기기’ 등 갑질 행위다. 사실관계를 파악한 공정위는 최근 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통해 사실상 법 위반으로 해석하는 만큼 과징금 부과는 확실시되고 있다. 전원회의에서 불공정 행위가 최종 확인되면 애플은 최대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에는 국내 이통사들에 대한 애플의 불공정 행위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광고집행, 신제품의 전시대 설치비 △시연용 아이폰의 구입비 △애플 제품 무상 수리 시 수리비 △판매장려금 전가 △최소 발주물량 설정과 재고보상 불이행 등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국내 시장에서 아이폰의 경우 이통사들에 광고비 전액을 부담하라는 불공정한 계약을 일삼았다”며 “만약 이를 어기거나 발설할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이통사들을 압박해 왔다”고 하소연했다.
업계에서는 광고집행비 전가와 재고보상 불이행 등의 건이 걸려 있는 만큼 과징금 부과를 당연한 절차로 보고 있다. 애플은 올 3월 프랑스에서 광고 경비 부담 등 유사한 건으로 640억 원의 배상금 지급명령과 시정조치를 받았다. 2013년에는 대만에서도 아이폰 가격 인하를 막았다는 이유로 7억 원의 과징금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