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우리는 외환위기를 맞아 경제망국을 겪었다. 그러나 초단시간에 경제주권을 다시 찾아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헬코리아’라고 했다. 국민들은 왜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것일까? 그것은 외환위기라는 본질이 마치 ‘교통사고’와 같아서 처음에 수술만 잘하면 탈이 없을 것 같지만 10년 후, 20년 후에 교통사고 후유증이라는 것이 나타나면 치료하기 힘든 병이 되는 것과 같다.
지금 한국의 모든 경제·사회 문제는 IMF 사고 충격의 후유증이다. 돈을 풀어 서양의학식으로 외과 치료를 해서 겉은 멀쩡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인체의 기맥(氣脈)처럼 경제의 기맥이 치료되지 않은 채 돈이 돌지 않는 전맥경화(錢脈硬化) 현상이 나타났음에도 불행히 그것을 치료할 정치, 경제의 명의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내년에 3차례 그리고 후년에 1~2차례 더 인상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외환위기가 아니라 금융위기를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사람의 기맥 중에 제일 중요한 3맥은 독맥, 임맥, 대맥이다. 독맥(督脈)은 척추선을 타고 존재하며, 임맥(任脈)은 배꼽과 목선을 타고 흐른다. 그리고 대맥(帶脈)은 배꼽과 명문을 중심으로 시작해 전신을 휘감아 작용한다. 그 3맥 휘몰이의 징후가 사람 손발의 지문과 머리의 가마다. 경제에 비유하면 경제 3주체 중에 정부는 독맥, 기업은 임맥, 개인은 대맥과 같다.
IMF는 정부와 기업이 잘못되어 전신이 X자 형태의 좌우 마비로 수족만 못 쓰게 만들었지만, 금융위기는 소비주체인 개인이 파산하게 되어 배꼽과 명문을 허리띠처럼 감고 돌아가기 시작해 전신으로 퍼지는 대맥처럼 상체 혹은 하체를 못 쓰는 상하 마비 증상을 불러온다. 즉 한국의 개인 부채와 자영업자의 부채 2000조 원이 탈이 난다면 한국경제는 상하 마비가 되어 펀더멘털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한마디로 외환위기는 좌우 불구지만 금융위기는 상하 불구로 사회 자체가 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이나 전세자들은 초비상이다.
IMF 때 한국은 사회 전반의 운용체제(Operation System)는 그대로 둔 채 돈만 풀어 문제를 덮어버리고 정치적 자랑만 해댔다. 지금은 금융위기가 온다고 걱정을 하면서 대책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뭘까? 필자가 찾은 답은 아프리카와 증권업이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 그리고 기업과 이 나라 지식인들이 머리를 맞댄다면 금융위기를 피할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만 적극적으로 나서도 된다. 경제는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이기에 일단 믿을 구석은 기업인들이다. 기업인들이 속히 답을 찾아 이 나라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기를 바란다.